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게 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19일 이 법안을 의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법안에 야당인 국민의힘도 합의해 줬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특별법과 다름없다. 대형 국책사업마저 포퓰리즘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특별법은 동남권신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특정하고, 예타 면제와 함께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또 부칙에 “기존의 추진 중인 공항을 대체한다”고 명시했다. 종전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의미다.
졸속 입법이 아닐 수 없다. 사업비가 최소한 10조 원을 훌쩍 넘고 모두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초대형 국책사업을 면밀한 경제적·기술적 타당성 검증도 없이 곧바로 추진한다는 무리수다. 예타는 총예산 5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공공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거쳐야 할 절차다. 긴급한 경제 대응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면제할 수는 있지만 가덕도신공항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무엇보다 가덕도로 신공항 입지를 못박은 것부터 모순이다. 가덕도는 2016년 세계적 전문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 결과 부적격으로 판정 난 곳이다. 최선의 대안이 김해공항의 활주로 확장이었고, 다음으로 밀양이었다. 가덕도의 결정적 흠결은 해양매립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접근성도 나쁘며,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도 크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당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입지 재선정 절차없이 가덕도로 밀어붙였다. “선거용 매표(買票)공항”(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라는 비판 하나도 틀리지 않다.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도 논리와 설득력이 없다. 국무총리실의 지난해 검증 자체가 부실했던 건 차치하고, 미래환경 변화에 대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근본 재검토’로, 또 답을 정해 놓은 ‘백지화’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검증위가 문제삼은 행정절차 미비는 기술적 타당성 평가와 전혀 무관한 사안이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추산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해양매립의 예측할 수 없는 기술적 변수에, 연약지반의 부등침하(不等沈下) 가능성이라는 치명적 위험요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과다한 공사비, 또 안전성 등에서 앞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결정된 대형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선거를 앞두고 뒤집으면서 예타까지 면제하는 특별법으로 엄청난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정략적인 포퓰리즘 매표의 극치로 재정이 거덜나는 건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지역갈등과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낭비도 불가피하다. 미래에 크나큰 해악을 쌓는, 정말 잘못된 특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