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럭셔리 전기 세단 ‘에어’ 양산 시동
사우디 국부펀드·블랙록 등 쟁쟁한 투자자 참여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시드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처칠캐피탈4(Churchill Capital Corp IV)와의 합병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인정받은 루시드의 기업가치는 240억 달러(약 27조 원)다. 루시드의 스팩을 통한 역상장 계획이 알려진 지난달만 해도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로 150억 달러 가량을 예상했다. 한 달 여 만에 가치가 90억 달러 불어난 것이다.
루시드의 우회 상장은 2분기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스팩 상장으로 44억 달러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테슬라는 주가가 이날 8.55% 급락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약 69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루시드와 테슬라를 비교하기는 이르지만, 블룸버그는 “루시드가 아직 자동차를 양산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평가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루시드는 2007년 창업한 배터리 제조업체 아티에바(Atieva)가 모태로 2016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이 있다. 전체 직원은 2000여 명이다. 테슬라 모델S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피터 롤린슨이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테슬라에서 근무할 당시 일론 머스크 CEO와 불화를 겪고 2012년 회사를 떠나 그다음 해 루시드에 합류했다. 상장 후에도 로린슨은 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웰링턴매니지먼트 등 월가 내로라하는 투자사들이 이 회사에 베팅한 상황이다.
처칠캐피탈4는 시티그룹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클레인이 운영하는 스팩이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 처칠캐피탈4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0% 가까이 폭등했다. 다만 이날 루시드모터스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높이 책정되자 처칠캐피탈4 주가는 이날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오히려 26% 넘게 폭락했다. 합병기업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스팩 주주에게는 합병비율 산정 시 불리하기 때문이다.
루시드는 올해 하반기 첫 양산 모델인 럭셔리 세단 ‘루시드 에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루시드는 지난해 가을 주행거리와 배터리 충전, 에너지 효율 면에서 에어가 테슬라 최고급 사양을 능가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인증 기준, ‘루시드 에어’는 한 번 충전으로 406마일(약 653km)을 주행해 ‘모델S’의 402마일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프리미엄 전기 세단 부문에서 테슬라 아성을 흔들 잠재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테슬라는 지난해 하루 만에 ‘모델S’ 가격을 2차례 인하한 6만9420달러로 책정했다. 에어 프리미엄 모델 가격은 6만9900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