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소비자 시장의 핵심으로 지목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포함한 확장현실(XR) 시장의 주도권이 게임에서 통신으로 이동하고 있다. XR가 5세대 이동통신(5G)의 핵심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VR 시장은 흔히 게임산업의 유망주로 꼽혔다. 만년 유망주라는 지적도 함께였다. 인공지능(AI)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표로 꾸준히 언급됐으나 대중화와 콘텐츠 부족이 한계로 꼽혔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하며 가상현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도 대두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받아든 성적표도 희망적이진 않다. 닐슨 산하 시장조사기관 수퍼데이터(Sup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VR 시장 규모는 29억 달러(약 3조 원)다. 전년도의 33억 달러보다 되레 10% 축소됐다.
23일 ARㆍVR게임 개발에 나섰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소셜, 게임, 전화, 쇼핑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2년 주기로 교체가 이뤄지는 교체시장에 진입해 안정화됐다”며 “VR기기의 잠재성이 스마트폰의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VR 시장 성장에 상당한 장애물인 격”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게임사의 수익성 실현이 ARㆍVR 시장의 난제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가상현실(VR)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사업체들은 VR 진흥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정책자금 지원(70.8%)’을 1순위로 꼽았다.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집중도가 심화하고 전반적인 수익성이 감소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ARㆍVR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던 게임사들도 숨을 고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들은 발 빠르게 VR, AR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5G 소비자 서비스의 핵심이 XR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통신사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LG유플러스는 AR스튜디오를 2019년 개관한 뒤 올해 상반기 두 번째 AR스튜디오를 열 예정이다. SK텔레콤(SKT)은 지난해 하반기 혼합현실 스튜디오를 본사로 확장 이전하며 ‘5G 콘텐츠 왕국’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달 에릭슨 엘지가 발표한 ‘5G 소비자 잠재력의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5G 소비자 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1조 달러의 가치로 평가됐고, 통신사업자는 총 3조70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있다고 나타났다. 동시에 수익의 40%는 5G 네트워크를 통한 VR, AR 및 클라우드 게임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헤드셋 보급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손을 잡은 SKT는 국내에서 이달부터 페이스북의 VR 기기‘오큘러스 퀘스트2’를 판매해 대박을 쳤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중국의 VR 기기 개발사인 피코(Pico)와 제휴해 VR 헤드셋 ‘피코 리얼플러스’를 내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헤드셋에 LG유플러스 로고를 넣었을 만큼 단순 배급이 아닌 제휴”라며 VR 기기의 투자 의지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훈 영산대 게임영화학과 교수는 “초기 개발사들이 PC나 모바일 게임을 VR 기술로 만들면 성공할 줄 알고 섣부르게 덤볐다”며 “최근 VR의 특징을 살린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고, 대중성을 잡을 수 있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출시된 만큼 이번에는 좋은 신호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