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채권왈가왈부] 떨고 있는 채권시장, 미국채보단 재난지원금

입력 2021-02-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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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금리 상승세보다 더딘 점 그나마 위안
추경 확정시 한은 단순매입 기대 등으로 일시 안정세
백신접종+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예고 등 당분간 대세상승

(체크)

미국채 금리는 물론이거니와 원화채권 금리도 상승세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만큼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2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22%로 2019년 4월23일(1.923%) 이후 1년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 금리인 한국은행 기준금리(0.50%)와의 격차도 142.2bp(1bp=0.01%p)에 달해 2011년 5월9일(144.0bp) 이후 9년9개월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그나마 위안은 미국채 금리보다 상승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22일(현지시간 기준) 한미 10년물간 금리차는 56.01bp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19일엔 53,7bp까지 좁혀져 지난해 3월19일(50.1bp) 이후 1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리상승 요인에 차이가 있어서다.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은 주로 물가상승 우려를 기반으로 한다. 미 연준(Fed)과 한은 등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둔다. 결국 물가상승은 연준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란 우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고공행진을 보이던 뉴욕 주식시장이 채권시장을 곁눈질하는 것도 결국,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채권시장을 통해 연준을 엿보기 위함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국내시장 역시 물가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채권금리로 엿볼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은 22일 134.2bp로 2014년 9월26일(134.9bp)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23일 나온 2월중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는 2.0%를 기록해 작년 8월(2.0%)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물가채(TIPS)는 다양한 만기와 함께 거래가 활발한 반면, 국내 물가채(KTBi)는 10년물 한 종목만 있는데다 거래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BEI로 본 기대인플레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도 1월 기준 0.6%(전년동월대비)에 그쳐 넉달째 0%대 상승세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밥상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이는 공급측 물가압력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결정의 주된 기준인 수요측 물가압력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시장은 되레 수급우려가 크다. 올 들어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그 재원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경은 곧 적자국채 발행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채권시장에 수급부담으로 연결된다.

그렇잖아도 올해 국고채 발행 계획물량은 17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정부가 빚을 내는 적자국채 물량은 100조원가량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키 위해 사상 최고치인 174조4000억원어치의 국고채를 발행했었다.

다음주 추경물량이 확정되면 국내 채권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추경 물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데다,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 물량부담을 덜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정수준 금리가 올랐다는 점에서 저가매수세 유입도 있겠다.

다만, 향후 백신 접종과 함께 주요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5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한은의 단순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 실망감이 클 수 있다. 이래저래 금리의 대세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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