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원장, 임기 말기 '내우외환'
금융권 "중징계로 라임책임 회피"
노조 "사회적 물의자 인사 우대"
연임설에도 내부에선 교체 여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후반전이 거듭되는 악재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제재심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금감원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승진 인사를 둘러싸고 내부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형적인 내우외환의 상황을 맞닥뜨리며 체면을 구기는 것을 떠나 ‘영(令)’이 서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5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우리·신한은행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최고경영진에게 내부통제의 미흡을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직무 정지(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렇듯 금감원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관리 소홀 책임을 회피하고 금융권에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관리 부실의 책임을 과도하게 금융권에 전가하고 있다”면서 “과연 금감원이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에 관련한 금감원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윤 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에 “신호 위반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은 “(금감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며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사의 잘못이 크다”면서 외부에서 일고 있는 금감원 책임론을 일축했다.
이러한 사모펀드 사태 책임 소재 공방에 더해 금감원은 내부적으로도 인사와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19일 실시한 정기인사에서 2016년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인물을 승진시켰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은행권 채용비리에 철퇴를 내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내로남불’식 인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노조는 “윤 원장은 정기인사를 단행하기 전 ‘사회적 물의자 엄정 조치’를 천명했지만, 정작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승진했다”며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 거면 솔직하게 ‘사회적 물의자 우대’라고 썼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내우외환으로 윤 원장의 재임 시기 금감원의 영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차기 금감원장직을 둘러싼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5월 8일 취임한 윤 원장의 임기는 5월 초 만료된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금융위 의결을 거쳐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청와대가 산적한 현안 처리를 위해 새로운 인물 대신 윤 원장을 계속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윤 원장의 연임을 확정적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윤 원장의 연임 대신 새로운 원장의 부임을 원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금감원 노조는 “윤 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라며 후임 금감원장 인선에 대해 “새로운 원장으로 비(非)관료를 고집하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