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멕시코 ‘백신 SOS’에 “자국민 먼저 맞고”

입력 2021-03-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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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멕시코와 백신 나눔, 검토하고 있지 않아”
멕시코 백신 접종 1% 불과…선진국 싹쓸이에 불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웃 나라인 멕시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요청에 “자국민 접종이 우선”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에 앞서 “멕시코와 코로나19 백신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 정부는 모든 미국 국민에 대한 접종을 확실히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 뒤에 기꺼이 추후 단계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이날 진행되는 양자 정상회담에서 멕시코가 백신 조달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 뒤 발표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아마 전달한 백신 관련 요청에 대해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청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멕시코가 미국에 확보한 백신 일부를 나눠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국민 접종에 필요한 백신을 7월 말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때까지 6억 회분의 백신을 전달, 3억 명의 전 국민이 두 번씩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7690만 회의 접종이 실시됐다. 이미 배포된 백신만으로도 인구의 23%가 2차 백신을 투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로이터통신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투여된 백신은 250만 회분으로 인구의 약 1% 수준에 불과하다. 멕시코 정부는 공급 부족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부유한 나라가 백신을 싹쓸이해가는 것에 대해 강하게 염려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역시 선진국의 백신 사재기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한편 양국은 회담 종료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대응과 이민,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중보건 역량 강화 △정보 공유 △국경정책 발전 등 팬데믹 대응에서는 협력 강화에 동의했다”고 적시됐을 뿐, 백신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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