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99% 엑시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입력 2021-03-03 15:34수정 2021-03-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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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교수ㆍ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 생태계 엑시트 활성화 전략연구’ 최종보고회

국내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따라서 기업공개(IPO) 중심인 현재 엑시트 시장을 인수합병(M&A) 중심으로 전환하고, 주식 시장에 혁신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자금력을 갖춘 대ㆍ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손잡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3일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는 연구 책임을 맡은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가 진행했다.

유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혁신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이 세계 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이 지닌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정도가 향후 세계 경제에서의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발생하려면 엑시트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혁신 기업가(창업)와 벤처투자자(투자), 엑시트 시장(회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돌아간다. 스타트업은 통상 기업 간 M&A나 주식 시장 상장을 위한 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가 3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leedw@)

다만 국내 엑시트 시장은 스타트업 숫자나 규모보다 미약하단 지적이 이어져 왔다. IPO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국내 벤처투자 회수 시장의 경우 M&A를 통한 엑시트는 2019년 금액 기준 0.5% 수준에 불과하지만, IPO를 통한 회수 비중은 36.7%에 달한다.

유 교수는 “IPO를 통해 엑시트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99%의 스타트업이 엑시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M&A 중심의 엑시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창업 초기 기업에서 300만 달러 규모의 M&A로 엑시트를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란 설명이다.

유 교수는 “M&A를 ‘먹튀’라고 보는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또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SI)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자금력을 갖춘 대ㆍ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이 대폭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이 스타트업 지분을 일정 규모 이상 취득할 경우 발생하는 부담을 완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단 설명도 덧붙였다. 스타트업 인수 시 계열사로 포함돼 각종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 대기업이 스타트업 투자나 M&A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한, 유 교수는 정책적인 차원에서도 엑시트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엑시트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선 정책 기조가 변화해야 한단 것이다. 따라서 그는 관련 정책 통계와 사업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유 교수는 △해외 유니콘 비즈니스 모델 연구 △한국판 ‘페일콘(Failcon·실패박람회)’ △초기 M&A 활성화 △IPO 시장 제도개선 △국내 스타트업 엑시트 유형 연구 △엑시트 스타트업 명예의 전당 △비즈니스 엔젤 활성화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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