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는 친환경 기업이 아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주식이라면 단연 테슬라를 꼽는다. 테슬라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의 인기를 끄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슈퍼카를 뛰어넘는 성능, 주행 피로도를 극도로 낮추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 이목을 끄는 이름과 브랜드, 환경친화적 기업 이미지부터 불모지였던 전기차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로 이뤄낸 성공 스토리까지.
그 중 친환경 기업은 테슬라 차량과 주식의 인기에 한몫을 담당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에도 맞는 행보다.
그런데 지난달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보유함으로써 친환경 기업이란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 2년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에 쓰인 에너지가 아일랜드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아르헨티나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쓰는 전기량이 전 세계 에너지 소모량의 0.58%나 차지한다.
가상자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쓰는 일명 ‘작업증명(PoW)’이라는 채굴 시스템은 해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채굴자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단순 반복 계산하는 컴퓨터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보유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엄청난 전기 사용을 지지해 준 셈이다.
혹자는 전기를 생산하다 보면 다 쓰지 못하고 남는 전기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력 시스템의 본질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전기 생산에서 유휴 전기는 일종의 비상 예비 전력이다. 평소 사용량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는 차원일 뿐, 마구 쓰라고 남겨 둔 게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방식에서 전기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극도로 초기 비트코인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 방식을 전기 소모가 덜한 쪽으로 바꾸겠다는 연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테슬라가 단지 친환경 이미지로만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이유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