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4일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며 검찰 직원들에게 인사 글을 남겼다.
윤 총장은 이날 "최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으나 더는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형사사법 제도는 한 번 잘못 설계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수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준비 활동으로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다"며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정치와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소추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심 공소 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결을 통해 법을 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에서 수사는 짧고 공판은 길다는 것, 진짜 싸움은 법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시도는 사법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고 검찰이 해체되면 70여 년 축적해 온 국민의 자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특권층의 치외법권 영역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검찰의 형사법 집행 기능은 국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썼다.
윤 총장은 "작년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직을 지킨 이유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지만 국민만 생각해달라"며 "동요하지 말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