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신생아 수 15% 감소
“일본 이상의 장기 저성장 휩쓸릴 것”
한국과 대만, 홍콩에서 지난해 출생자 수가 사망자를 밑도는 인구 자연감소가 일어났으며 중국도 신생아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동아시아에서 인구 감소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10년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한국 통계청은 2016년 말 인구 감소가 2032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은 2019년 단계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 시기를 2025년, 대만은 2030년으로 각각 내다봤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자국 인구 감소 시점을 2030년, 유엔은 2032년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 수치를 보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대만, 홍콩의 지난해 인구는 각각 3만2700명, 7900명, 6700명 자연 감소했다. 모두 통계 집계 후 처음이다. 3개국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주효해 사망자 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출생 수는 전년보다 각각 10%, 7%, 18.5% 감소했다.
14억 인구의 중국도 자연 감소가 임박했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전년보다 15% 줄어든 1003만5000명이다. 반면 중국의 연간 사망자 수는 1000만 명 안팎으로 두 수치가 거의 비슷해졌다. 다만 공안부 집계는 등록을 기준으로 해서 미신고한 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년마다 조사하는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4월 이후에 지난해 신생아 수를 공표할 예정이다.
임신 기간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지난해 출산에 미친 영향은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결혼 감소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했다. 한국과 중국, 대만 모두 혼인 건수가 2015~19년 사이 10~30% 정도 감소했다. 높은 집값 등에 젊은 세대가 어려운 경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혼인 건수가 약 10% 줄어들어 올해 신생아는 더 적어질 전망이다.
저출산은 경제 수준과 관련성이 높다. 1970년대 일본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이 2.0 전후로 인구 유지에 필요할 만큼 아기가 태어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약 1125만 원)를 웃돌게 된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이 현저하게 저하되더니 90년대 중반에 1.5를 밑돌았다. 한국과 대만도 90년대 초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고 나서 10년 후 출산율이 1.5로 떨어졌다. 중국도 2019년 1만 달러를 넘어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동아시아 각국은 일본보다 더 가파르게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지만, 합계출산율은 대체로 1.3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은 2018년 0.98에서 지난해 0.84로 내려갔다. 대만은 1.0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출산율도 현재 1.2~1.3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노기모리 미노리 주임연구원은 “완만하게 진행된 일본의 인구 감소에 비해 아시아는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며 “인구 증가에 힘입은 경제 성장은 끝나가고 있다. IT 활용 등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지 않는다면 일본 이상의 장기 저성장에 휩쓸릴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