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이상 장난감 차에 52억 원 야구카드까지
비트코인·디지털아트도 버블 경고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각국의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자산 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발발한 지 1년이 된 현시점까지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 투입과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실물 경제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갈 곳 잃은 돈이 다양한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 거품을 키우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에서 전통 약재를 파는 한 상인은 최근 우황의 가격 상승에 놀랐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1㎏에 약 10만 위안(약 1737만 원)이었던 중개인의 제시 가격이 50만 위안으로 무려 4배가량 뛴 것이다. 희소성을 눈여겨 본 투기 자금에 의해 전통 약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용 페라리 장난감에 1500만 엔(1억5600만 원) 로마네꽁티 와인 한 병에 4억 2600만 원, 미국 프로야구 카드 한 장에 52억 원이 붙는 등 모든 기호품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가격이 뛰는 것은 실체가 있는 실물 자산뿐만이 아니다. 가상 자산 시장에도 ‘버블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가격이 1년 새 6배 이상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3년 만에 초특급 광풍을 다시 몰고 온 것이다. 특히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5억 달러(1조6935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랠리에 불이 붙었다.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아트도 최근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품목이 허다하다.
이러한 시장 과열은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닛케이가 시장의 과열도를 나타내는 5가지 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 3개 지표가 경계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냈다.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을 나타내는 ‘버핏’ 지수는 미국에서 186%에 이르러 IT 버블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을 크게 웃돌았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시장 과열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강조하는 버핏 지수는 100%를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주식시장에 거품이 낀 것으로 간주한다. 현재 버핏 지수는 186%로, IT 버블 당시의 143%, 금융위기 전의 108%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주택가격지수도 주택 거품기였던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닛케이는 “조 바이든의 초대형 부양책에 막대한 돈이 미국 가계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며 “이에 개인의 투자 여력이 늘어나면서 올해 초 미국 게임스톱 주식과 같은 롤러코스터급 출렁임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