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긴급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시흥·광명 신도시 투기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 회의는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파장이 확산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국민 발표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와 징계는 물론, 자금출처 및 탈세, 대출규정 위반 조사와 함께 부당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토지개발과 주택업무 관련 부처나 기관 해당 직원들의 토지거래 제한과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감시 체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4 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 민간·지자체와 협의해 선별한 주택공급 후보지와 작년 ‘8·4 대책’에 따른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공개하고, 4월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함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후보지도 확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책이라는 게 ‘사후약방문’인 데다, 이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정부 의도대로 추진되는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인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안산 장상지구 등의 토지 거래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만 명의 대상 공직자와 가족에 대한 불과 며칠 동안의 조사로 실태가 모두 밝혀지기도 어렵고, 수사기관도 아닌 정부의 자체 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크다. 이번 투기 문제를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투기와 관련한 추가 제보가 잇따른다고 한다.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권력 주변의 뿌리깊은 부패와 비리 구조에서 오랜 기간 이들의 투기가 폭넓게 만연됐고 사태는 더 크게 번질 공산이 크다.
국민들의 분노와 들끓는 민심, 시장의 불신 증폭으로 LH 등이 주도하는 공공개발 중심의 2·4 대책은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정상적인 사업 추진 또한 어려워진 상황이다. 개발을 책임진 기관 직원들의 투기판이 된 땅에 신도시 만들 수 있느냐며, 광명·시흥 등의 주민들은 당장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돼야 할 공공개발을 전혀 믿을 수 없게 된 탓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재개발 조합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민간 개발을 선호하는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 단지들은 처음부터 공공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완전히 신뢰를 잃고 시장이 외면하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공급 계획 차질과 함께 더 큰 부작용만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