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준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른 탓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319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최저임금 수준이 사용자가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8일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001년 57만7000명(4.3%)에서 2020년 319만 명(15.6%)으로 20여 년 간 261만3000명(11.3%p) 증가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9년이다. 작년의 경우, 2019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2.87%)의 영향으로 2019년 338만6000명(미만율 16.5%)보다는 19만6000명(0.9%p) 감소했다.
보고서는 "역대 2번째로 높은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15.6%)은 우리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함에 가장 크게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0년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4%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29개국 중 6번째)에 도달했으며, 우리 산업 경쟁국(G7)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64만8000명 중 36.3%인 132만4000명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사실상 이 규모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을 살펴보면, 농림어업(51.3%), 숙박음식업(42.6%) 등에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최대 49.1%p(농림어업 51.3% vs 정보통신업 2.2%)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결정(2.87%)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미만율(15.6%)이 역대 2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을 통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6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영환경을 고려한 최저임금 구분적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본부장은 "특히 작년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했고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향후 일정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