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권력’ 의결권 자문사]④미국은 어떻게 규율하나?

입력 2021-03-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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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자본시장연구원)
2018년 4월 6일 골드만삭스 주주들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로 부터 한 통의 보고서를 받는다. 골드만삭스 임직원에 대한 과도한 주식 지급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회사의 주식 보상계획에 반대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ISS 대변인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의 주식 보상계획 비용과 3년간의 주식소진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소진율(Burn rate)이란 투자자들의 지분 희석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ISS는 임직원 보수에 대해서도 주주들에게 ‘주의적 지원’(cautionary support)을 촉구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CEO는 작년 총 2200만 달러(235억 원)를 받았다.

주총안건을 분석해 주주들에게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의결자문사가 직원 보수계획까지 개입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정되는 안건의 대부분이 대주주 측의 입김에 좌우되던 예전과 달리 미국도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각 사안마다 칼자루를 쥐는 곳이 늘고 있다. 주주들이 한 표 한 표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자연스레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사’의 목소리도 커졌다. 미국은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ISS는 지난 2017년 세계적인 투자기관인 블랙록(BlackRock)과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뱅가드(Vangurad)가 찬성한 안건 중 각각 87.9%, 88.2%, 86.4%를 ‘찬성 권고’했다. 반대한 안건 중 69.2%, 80.3%, 59.5%는 ‘반대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힘이 쎄지자 2017년 미국의 재무부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규제를 마련할 것을 권했다. 의결권자문사의 이해상충, 의결권 자문사의 무책임성,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이 이유였다. SEC는 2019년 8월 의결권자문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2020년 위임장 시즌 이전에 필요한 변경이 이뤄지도록 의결권 자문사들의 정책과 관행을 검토할 것을 권했다.

먼저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객에 대한 ##신인의무##에 관한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의결권 자문사가 고객을 대신해 수행하는 서비스에 대해 수탁자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투자결정이 고객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설계된 조사와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의결권자문사가 기관투자자에게 중요한 사실과 관련된 허위 또는 오도된 진술을 포함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SEC의 사기방지조항을 적용, 만약 사기로 간주될 경우 오도된 진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면책을 위해서는 추가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3자를 통해 얻은 정보와 회사가 제공한 공개 정보 간의 중대한 차이 △투표권고를 공식화하는데 사용된 방법론 △중요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정보의 제공 등을 포함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도 점차 커지고 있는 의결권 자문서비스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성 및 투명성을 강화시키고 이들을 감독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자문서비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의안분석 담당자를 사전에 공개하고 의안분석 시 사용한 데이터나 분석방법론 등에 관해서도 사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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