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철완 상무 측과 의결권 확보 경쟁…한국앤컴퍼니, 조현식ㆍ조현범 양측 대결 전망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부터 감사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 룰’이 적용되며 금호석유화학, 한국앤컴퍼니 등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는 26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다수 의결권을 확보해 주주 배당을 늘리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주장이다. 박 상무는 이날 공시를 통해 주주총회 당일 수정동의 형태로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1만1050원을 배당하는 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도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전날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4200원, 우선주 1주당 425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법원이 이날 박 상무 측 주주제안도 주총 안건에 올리라고 결정하며 주주 배당을 늘리는 내용의 안건도 함께 상정될 예정이다.
박 상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출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사 측 정관 개정안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출하는 내용만 담겼다.
박 상무는 회사 측이 추천한 사내ㆍ사외이사 대신 본인이 추천한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로 자신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민 존 케이 로펌 ‘덴톤스 리’ 외국 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내세웠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백종훈 영업본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또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앞세웠다.
이에 대해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금호석유화학 3개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있다"며 "회사를 위기로 몰아가는 박 상무에 대해 노조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 상무 측 관계자는 “상법상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활동은 13일부터 가능하다”라며 “아직 활동하기 전이기 때문에 (의결권을 얼마나 확보할지) 파악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도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 간의 표 대결이 전망된다.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넘겨준 뒤 시작됐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며 같은 해 7월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고, 조현식 부회장도 이에 동참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를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 서한을 공개하며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한 끝에 조 부회장이 제안한 선임 안건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혜경 이화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맞추천했다.
조 부회장이 제시한 선임 안건은 주주제안이라 이사회의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주총에 상정된다. 조현식 부회장 측과 조현범 사장을 비롯한 한국앤컴퍼니 측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현범 사장 42.9% △조현식 부회장 19.32% △차녀 조희원 씨 10.82% △조희경 이사장 0.83%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전 같으면 다수 지분을 가진 조현범 사장의 뜻에 따라 사외이사가 무난히 선임됐겠지만, 올해부터는 '3% 룰'이 시행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지분 17%를 보유한 소액주주와 5%를 가진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사외이사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부회장이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줬고 이한상 교수도 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부회장이 구체적인 대표이사직 사임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고,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갑작스레 대표이사직을 걸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도 ‘3% 룰’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제시해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으려 한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