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3차관' 신설 이례적 설명 없어…여당은 '푸시'ㆍ행안부는 '읍소'
與 "미국은 에너지장관도 있어…박근혜 때 있던 자린데 野 정치적 보이콧"
'월성 원전' 산업부 위축 풀고 탈원전 동력 주려는 '정치적 결정' 비판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 차관 신설을 공언하자 당정은 분주히 움직였다.
정부는 신속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하고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빠르게 심의해 세 차례 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9일 단독 처리했다. 당정은 이번 3월 임시국회 내 해당 법안을 본회의 의결시키고, 올해 중순께 에너지 차관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속전속결이다. 심지어 호남 민심에 중요한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 소위 처리까지 미루고 단독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9일 소위는 에너지 차관 신설안만 처리하고 산회됐다. 10일부터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에 돌입해 여순사건 특별법은 이번 임시회에서의 처리는 어려워졌다는 게 복수 행안위원들의 전언이다.
왜 이리 급할까. 정부 조직 변경은 통상 정권 임기 초에 이뤄져 ‘세팅’이 된다. 임기 말에, 그것도 차관을 신설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심지어 에너지 차관은 박근혜 정부 때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없앤 자리라 더욱 의아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정권 때 있던 자리인 데다 에너지 분야 전담 차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반대에 나선 이유다. 대통령 지시로 빠르게만 진행될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어서다.
행안위원인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에너지 차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임기 말에 산업부에 ‘세 번째 차관’을 만들려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어 반대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지시로 민주당과 행정안전부가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밝혔다.
행안위 관계자도 “행안부에서 다음 정권에서 정부 조직에 대해 재논의하면 되지 않겠냐며 ‘살려 달라’고 읍소해 곤혹스럽다”고 전했고, 민주당 관계자조차 “3차관제는 이례적인데 지금 그리 급히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국민의힘도 에너지 차관 신설 취지는 동의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식 의원은 통화에서 “미국은 에너지부 장관도 있을 만큼 에너지 전환은 중대한 문제라 차관 정도는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있던 자리니 국민의힘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민철 의원도 "박순영 중앙선거관리위원 인사청문회 때부터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보이콧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 특별법은 미룬 데 대해선 국민의힘 탓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국정조사 요구를 엮어 보이콧을 하니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 조직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건 불가피하지만 '너무 정치적이기만 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안위 관계자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정부 조직이 논리적인 분석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진다. 이번 건도 산자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검찰 수사로 위축되고 탈원전이 위협받으니 꺼낸 카드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이 출범하며 국정을 잘 해보겠다며 하는 정부 조직 개편은 야당도 토를 달지 않는데, 임기 말에 갑자기 차관을 신설하는 건 야당은 물론 국민에 충분한 설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