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미성년자 성매매·법안수정 로비 의혹까지
계속되는 영국 왕실 도덕성 논란
해리 왕자-메간 마클 부부의 인터뷰 이후 영국 왕실을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왕실이 침묵을 깨고 "인종 차별 문제 심각하게 다룰 것"이라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왕실폐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왕실폐지론은 영국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메간과 해리 인터뷰가 영연방 국가의 왕실 폐지론 논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즈도 9일 논평을 내고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는 입헌군주제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한 이래, 불륜·성매매 의혹 등. 그동안 영국 왕실은 수차례 스캔들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았다. 올해 2월에는 과거 여왕이 사유 재산을 공개하지 않으려 법안 수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2년 세상을 떠난 여왕의 동생 마거릿 로즈는 생전에 늘 추문을 몰고 다녔다. 마거릿 공주는 결혼한 지 16년째 되던 1976년에 17세 연하의 정원사와 함께 파파라치에 포착된다. 이후 세간의 비판에 시달리던 공주는 1978년에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혼 후 마거릿 공주는 배우 피터 오툴, 배우 데이비드 니븐, 배우 겸 감독 피터 셀러스, 갱단 두목 존 빈든 등 수많은 남성과 염문을 뿌렸다. 스캔들은 마거릿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됐다. 배우 캐리 피셔가 자신의 아버지 에디 피셔가 생전에 마거릿 공주와 연인이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카밀라 부부는 모두가 알다시피 불륜으로 맺어진 사이다.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라는 다이애나 세자빈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찰스 왕세자의 불륜은 당시 왕실의 위신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이후 다이애나비가 파파라치를 따돌리다 비극적 죽음을 맞으며 왕실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왕위 계승 서열 8위 앤드루 왕자는 악명 높은 난봉꾼이다. 항상 여자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는 1996년 이혼했는데, 그 후에도 여자 연예인과 끊임없이 염문설을 뿌렸다. 2019년 8월에는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앤드루 왕자가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10대 여성을 알선받아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억만장자로 앤드루 왕자와 서로 막역했던 사이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앤드루 왕자에게 2001~2002년 사이 런던과 뉴욕 등지에서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의혹 끝에 11월 앤드루 왕자는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 관련 성범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영국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그는 수사 내내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결국 그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은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의혹'으로만 남았다.
여왕이 자신의 사유 재산을 공개하지 않으려 법안 수정 로비 의혹을 벌였다는 의혹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과거 자신의 사유 재산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으려 관련 법안을 수정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지는 당시 보도를 통해 국립기록물보관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정부 작성 서류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서류에는 1973년 영국 왕실의 개인 변호사가 여왕이 보유한 주식 등 사유 재산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 투명성 법안'을 바꾸기 위해 여러 장관을 압박한 내용이 담겨있다.
세간에 알려진 것에 따르면 여왕의 재산은 5000억 원이 넘는다. 2015년 블룸버그 통신은 엘리자베스 2세의 재산이 4억2500만 달러(약 5063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왕의 공개되지 않은 재산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