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도 앞집도 뒷집도 내놓은 ‘신상 메뉴’. 그런데 모두가 같다?
음식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핑크색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어디서 불어온 핑크빛 바람인지 모르지만, 군침을 흘리게 하기엔 기막힌 선택이 아닌가 싶은데요.
핑크 소스의 역습, 로제의 세상이 왔습니다.
로제 소스는 우유, 크림, 토마토소스를 섞어 만든 소스인데요. 흔히들 크림소스와 토마토소스의 합작품으로 알고 있죠. 로제는 프랑스어로 ‘핑크빛의’라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빨간 토마토소스와 흰 크림소스가 만나 핑크색을 띄며, 파스타로 즐겨 먹는 소스였죠.
음식점이 몰려있는 번화가를 걷다 보면, 두 집에 하나씩은 ‘로제○○○’라는 신메뉴가 출몰하는데요. 이 사랑스러운 소스의 첫 발단은 바로 떡볶이입니다.
국민 간식에서 ‘돈이 꽤 드는’ 간식으로 신분 상승한 떡볶이. (그래도 떡볶이는 항상 진심이어야 하니까!) 얼마나 ‘더 매운가’로 경쟁했던 떡볶이 업계가 이번엔 ‘로제 소스’로 한판 붙었는데요.
로제떡볶이라는 메뉴가 유명해진 건 ‘삼첩분식’이 시작이었습니다. 중국집 배달통 같은 포장으로 이름을 알린 삼첩분식은 이번엔 로제로 그 저변을 넓혔는데요. 로제소스에 떡볶이 핵심 소스 고추장을 적정비율로 합쳤죠. (매운맛 조절 가능)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로제에 매콤함이 뿌려진 로제떡볶이는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소스에 국물과 함께 넘기는 어묵과 떡. 스르륵~ 넘어간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운맛까지. 왜 진작 이렇게 먹지 않았을까 하는 과거의 질책도 이어진다죠.
다른 업체도 질 수 없습니다. ‘배떡’(배달떡볶이)은 간판에 로제떡볶이를 집어넣었는데요. 배떡 배달전문업체들이 대부분 ‘배떡 로제떡볶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입니다.
배떡 로제떡볶이의 떡상에는 바로 ‘민경장군’ 김민경의 먹방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요. 지난해 8월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민경은 배떡 로제떡볶이를 주문, 정말 찰진 먹방을 선보였죠.
사실 배떡 로제소스 1인자는 떡볶이가 아닌 분모자인데요. 중국 동부지방의 당면으로 모양이 마치 가래떡처럼 굵고 긴 것이 특징입니다.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 식감이 매우 쫄깃하죠.
긴 가래떡과 비슷하지만, 더 쫄깃하면서도 특이한 식감이 로제소스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매운 떡볶이의 대명사 ‘엽떡’(동대문엽기떡볶이)도 로제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8일 선보인 로제떡볶이를 ‘출시 기념 할인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는데요. 다수의 충성고객이 많았던 엽떡인 만큼 신메뉴 로제에 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래퍼 이영지는 엽떡 로제떡볶이 출시 소식에 다이어트를 잠시 멈췄다는 열혈 반응을 올리기도 했죠.
떡볶이와 로제소스의 만남은 최강자들의 자비 없는 콜라보란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하나 됨은 그저 돈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드립과 함께합니다.
과거 흑당과 달고나 라떼의 유행으로 전국의 모든 카페들이 흑당과 달고나를 갖췄던 때가 있었는데요. 발길에 채이던 그들의 화려했던 시절이 이제는 로제로 뒤덮인 기분이죠.
로제코인을 타려는 음식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요. 이미 ‘두찜’(두마리찜닭)이 로제 소스를 선점했습니다. 두찜의 인기메뉴 ‘로제찜닭’입니다. 찜닭과 함께 토핑된 당면과 납작만두, 채소 등이 로제 떡볶이 토핑과 견줄 만 한데요. 매운맛도 조절돼 로제와 매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찜닭의 엄청난 호응에 두찜은 로제닭발도 선보였는데요. 풍족한 로제소스에 푹 담겨있는 닭발이라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찜닭보다는 배부름(?) 없이 끝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손님 몰이 중입니다.
로제돈까스, 로제치킨, 로제함바그, 로제감자, 로제닭갈비, 로제호빵…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다양한 음식들이 로제와 함께하는데요. 앞으로도 로제의 영역확장 속도는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시국. ‘집콕’은 예의이자 필수가 되어버린 요즘. 너무나 지루한 일상 속에 ‘맛의 새로움’이 주는 기쁨이 더 격한 지금이죠. 입을 즐겁게 하는 로제의 등장만큼,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자유의 맛’의 즐거움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