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과 이베이의 매각으로 국내 이커머스 지각변동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혈맹을 맺고 시장 석권에 나선다. 온라인 쇼핑 선두업체 네이버와 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가 손을 잡으면서 온·오프라인 절대 강자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지분 교환을 추진해 쿠팡의 성장세 저지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의 상품력과 물류 노하우에 플랫폼 1인자인 네이버가 연대하면 상품군과 물류망까지 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16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만나 커머스, 물류, 멤버십, 상생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양사는 2500억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한다. 이마트 1500억 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 원 규모다. 이마트는 자사주 82만4176주(지분 2.96%)를 네이버 주식 38만9106주(지분 0.24%)와,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만8998주(지분 6.85%)를 네이버 주식 25만9404주(지분 0.16%)와 맞교환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신세계그룹과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주식 맞교환에 따라 두 회사는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30조 원에 이르는 거래액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로 분류된다. 하지만 미국 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 쿠팡의 상승세가 매섭다. 시장점유율 12%인 3위 사업자 이베이코리아도 매물로 나오면서 SK텔레콤의 11번가와 카카오 커머스 등 라이벌 사의 추격도 거세다.
이마트는 할인점 141개와 트레이더스 19개로 국내 1위 대형마트 사업자며 신세계는 백화점 11개와 면세점 4개, 아웃렛 4개를 운영하는 전통의 유통강자다. 하지만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 3조9000억 원으로 시장점유율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서 한번 경쟁에 뒤처지면 반전을 꾀하기는 어렵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을 선도하는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만나 커머스, 물류, 신사업 등 유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신세계그룹의 국내 최고 수준의 유통·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이 결합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고, 중소 셀러 등 파트너들과도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풍부한 트래픽을 갖춘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IT 정보기술과 데이터베이스 등을 접목해 과감하게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네이버가 CJ그룹과 문화 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6000억 원 대 주식을 교환했던 만큼 CJ대한통운까지 협력을 넓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먼저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스토어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 3곳을 비롯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전국 7300여 곳의 오프라인 거점과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들의 협력을 통해 지금의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 등 최적의 배송 서비스 구현을 논의중이다.
아울러 AI, 로봇 기술 등에서 강점을 가진 네이버와의 결합을 통해 고객들에게 한층 업그레이드 된 리테일 테크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이고, 신세계포인트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통합 혜택도 논의 중이다. 또한, 신세계 그룹의 브랜딩과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네이버 중소 셀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상품 판매에서부터 브랜딩, 마케팅까지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네이버도 오프라인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를 통해 오프라인 물류거점을 마련하고, 신선식품 상품군을 확대할 수 있으며 당일 배송이라는 물류망 확장까지 노릴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판매에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와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이커머스 업계 내 완전체 모델을 완성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