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짓고 비목적사업 482곳 적발
허위 농업계획서로 농지 매입·판매
‘뒷짐’진 정부, 관리·감독 등한시
정부가 농업경영체 육성을 위해 세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업법인(농업회사법인·영농조합법인)이 농사 대신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지역농협은 허술한 규제 속에 부동산 투기꾼에 대규모 대출을 지원하는 사채업자로 활용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관리·감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최근 6만4654개 농업법인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482개 농업법인이 등록 후 농사를 짓지 않고 비목적사업을 수행하다 적발됐다. 이 중 35개 농업법인은 아예 농사를 짓지도 않았다. 부산광역시의 한 농업회사법인은 국세청에 15억3200여만 원을 신고했는데 모두 부동산매매업으로 인한 매출이었다. 또 다른 농업법인은 벼를 재배하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로 하동군으로부터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2017년 7월 5일부터 2019년 4월 3일까지 16필지의 농지를 매수한 다음 이를 팔아 6억29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배우자는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 현화리 613 토지 중 일부를 농업법인을 통해 5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져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처럼 농업법인이 사실상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는 미흡하다. 또 처벌도 거액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농어업경영체육성법을 개정해 농업회사법인의 비농민 출자한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전수조사를 거쳐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목적 외 사업을 하는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해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농협ㆍ수협ㆍ신협ㆍ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57조5000억 원 규모다. 2019년과 비교해 30조7000억 원이 늘었다. 전체 대출이 39조 원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79%가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로 쓰였다.
토지대출은 은행과 견줘 규제가 약해 감정평가액의 70%까지 대출이 나온다. DSR도 차주별이 아니라 전체 대출 평균으로 160%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일반 시중은행은 토지의 경우 LTV를 감정평가액의 최대 60%를 적용하지만, 변동성이 크고 담보 가치를 산정하기 까다롭게 대출심사를 한다.
LH직원들이 대출 창구로 이용했던 북시흥농협의 경우 2019년 상반기(6311억 원)부터 2020년 상반기(6772억 원)까지 대출증가율은 7.3%인데,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대출 증가율은 각각 11.8%, 12.0%에 달했다.
하지만 상호금융은 규제 사각지대다. 농협은 농식품부 소관이고 수협은 해양수산부 관할이다.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설립 기반이 되는 법도 농업협동조합법, 수산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새마을금고법으로 나뉘어 있고 감독 권한도 쪼개져 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지 취득 및 농지 담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농지를 불법으로 공장 등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지만 관할 부처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