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자리를 노렸던 종근당의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1호 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에 이어 기대감을 키웠던 국산 2호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첫 번째 전문가 자문 절차에서 종근당의 '나파벨탄주'(성분명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에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17일 식약처에 따르면 종근당의 나파벨탄주는 현재 제출된 임상 2상 시험 결과만으로 허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데 따라 더 이상의 전문가 자문과 허가·심사 절차는 진행되지 않는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경우 객관적이고 투명한 허가·심사를 위해 검증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로 이어지는 외부 전문가 '3중' 자문을 절차를 밟고 있다.
첫 단계인 검증 자문단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허가·심사를 위한 두 번째 단계인 중앙약심은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식약처는 나파벨탄주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충실히 설계해 시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검증 자문단은 나파벨탄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종근당의 나파벨탄주는 췌장염 치료제로 쓰던 전문의약품으로, 러시아에서 임상 2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이달 8일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나파벨탄의 효능·효과에 코로나19 치료를 추가하기 위한 변경 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종근당이 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셀트리온에 이어 두 번째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코로나19 임상 2상을 마무리한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앞서 허가 신청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전문가 자문 절차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종근당 주가는 전날 대비 16.42% 상승한 19만5천원에 마감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검증 자문단의 판단으로 당장 조건부 허가가 무산되면서 업계 안팎의 실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검증 자문단의 회의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충실하게 임상 3상 시험을 해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