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NYSE 직상장으로 국내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이슈 부각
쿠팡이 11일 뉴욕 증시(NYSE)에 상장했다. 16일 종가는 47.13달러로 공모가를 34.7% 웃돌아 데뷔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직접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1999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두루넷(Korea Thrunet) 이후로 처음”이라면서 “향후 유니콘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두루넷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선구자로 나스닥 직상장에 성공한 바 있다. 광대역 통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 통신이 보편화했고, ‘korea.com’이라는 포털 사이트도 운영하며 국내 정보통신(IT) 업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해 KT, 하나로텔레콤 등 경쟁사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통신 산업 특성상 초기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두루넷은 적자를 지속 시현했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수차례 감자와 증자를 거쳐 2003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2005년 하나로텔레콤에 인수됐고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이후 KT, SK(하나로텔레콤인수), LG(파워콤, 데이콤 인수)의 3강 체제로 자리 잡혔다.
최 연구원은 “두루넷은 국내 기업 최초 나스닥 직상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나스닥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신화로 끝났는데 닷컴 버블이 붕괴했고 수익 창출과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두루넷은 협력관계였던 한국전력의 HFC망(케이블 TV용)을 활용해 최초로 광통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경쟁사들이 전화선을 활용한 ADSL을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보급하면서 ‘경제적 해자’를 잃어버렸던 것이 컸다”고 덧붙였다.
두루넷의 성공과 실패는 쿠팡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상품 직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촘촘한 자체 물류 시스템 확보 전략이 경쟁 강도가 높은 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최 연구원은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던진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면서 “해외 투자자에게 국내기업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유니콘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 국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가치에 대한 재평가, 상장 예정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한 가치 제고 등이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상장 첫날 종가 기준 두루넷의 시가총액은 22억 달러였지만 쿠팡은 891억 달러로 100조 원을 넘었다. 비즈니스 형태와 규모의 차이가 크지만, 쿠팡이 대형주로서 평가받은 것은 해외 투자자에게 국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다수의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국내 증시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에 도입된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의 확대 적용을 비롯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쿠팡의 상장으로 기존 유통기업의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전환 속도가 더욱 가속될 수 있고, 전자상거래 사업 가치가 재평가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비상장 지분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 창투사, 지주사 등 기존 상장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예정 기업의 지분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