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구체적이고 일관
박원순 피해자에 "뭐해", "집에갈까" 메시지
속옷 셀카·여성 가슴 이모티콘 보내기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범죄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앞서 1월 인권위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혐의를 사실로 인정했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지난주 피해자에게 전달했다.
인권위 결정문에는 박원순 전 시장이 수년간 저지른 성범죄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59쪽 분량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문에는 박원순 전 시장이 수년간 저질러온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인들의 진술, 즉 박 전 시장의 성희롱적 발언이 다수 기록됐다.
결정문에 따르면 박원순 전 시장은 2018년 어느 날 밤 피해자에게 ‘뭐해?’ ‘향기 좋아 킁킁’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속옷을 입은 셀카 사진을 보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여성의 가슴 부분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낸 것을 직접 목격한 참고인도 있었다.
아울러, 2019년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오후 9시가 넘어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목격했다는 피해자의 친구의 진술도 있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신체 접촉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참고인 A 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지난해 피해자로부터 박 전 시장이 서재에서 스킨십을 시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고인 B 씨는 “오침 시간에 깨우러 들어갔을 때 안아 달라고 해서 거부했는데도 안아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피해자의 주장 중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결정문에는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의 멍든 부위에 “호 해줄까?”라며 입술을 댄 적이 있고, 지난해 2월쯤 텔레그램으로 “결혼하려면 여자는 성행위를 잘해야 돼”라고 말했다는 피해자 주장이 담겼다. 이에 관해 인권위는 “확인이 어려워 사실로 인정은 안됐지만 주장이 일관돼 이에 상당한 신뢰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는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은 사실도 담겼다. 인권위가 확인한 피해자의 지난해 5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기록에는 ‘야한 문자·몸매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구를 받음’ ‘집에 혼자 있어? 나 별거 중이야라는 메시지를 받음’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인의 목격담을 비춰볼 때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사건은 부하 직원을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피해자는 인권위 조사 결과에 대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대방이 부재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며 인권위 결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