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밀렸던 전통 강자들의 부활...올해 포드·GM·폭스바겐 주가 40% 이상 뛰어

입력 2021-03-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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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등 스타트업에 밀려 고전하던 전통차 업체들 올 들어 부활
전기차 관련 구체적 청사진 제시한 업체들 주가 상승
내연기관차 판매 호조가 전기차 투자에 효자 역할

▲주요 완성차 업체 올해 주가 상승률 추이. 출처 WSJ

그간 전기차 스타트업에 밀려 고전하던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올해 들어 주가가 42% 올랐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은 각각 42%, 46% 뛰었다. 폭스바겐의 경우 이번 주 하루에만 29% 급등했다. 지난 15일 전기차 중장기 사업 로드맵을 발표하는 ‘파워 데이’ 행사에서 유럽에 6곳의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영향이었다. 반면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7% 하락했다.

이들 3개 완성차 업체들은 그간 테슬라 그림자에 가려 한물간 산업의 대표주자로 인식됐고, 그 결과 이들의 시가총액 합은 테슬라에 못 미칠 정도로 위축됐었다. 일각에서는 이들 완성차 업체들이 10년 안에 업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문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머더스 수석 펀드 매니저는 “시장이 전통 완성차 업체들을 재평가하고 있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더 깊게 침투할수록 테슬라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높은 가치를 계속해서 입증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기존 제조공장의 상당수를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한 데 이어 유럽에서 6곳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이를 통해 연간 약 400만 대의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GM은 오는 2035년 가솔린 차량 판매 중단을 목표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 전면에 있는 폭스바겐 로고. AP뉴시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75%가 전기차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전략 제시가 투자 결정에 매우 중요했다고 응답했다. 즉 전기차 사업에 대한 막연한 청사진 제시보다 공장 건립, 판매 대수 등 구체적 계획을 내놓은 것이 투자자들이 베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WSJ은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던 때보다 배터리공장 건립 등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을 때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처럼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현대차(22%)와 일본 미쓰비시(45%)도 올해 주가가 급등했다.

단순 투자금에 의존하는 전기차 스타트업과 달리 완성차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꾸준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해 전기차 사업 투자와 주주 배당금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AG의 최고재무책임자 해럴드 빌헬름은 올해 2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연기관차는 그야말로 ‘현금인출기’라고 강조하고 싶다”면서 “이 현금인출기는 전기차라는 미래와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의 주가도 올해 들어 29% 뛰었다.

하지만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진입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집중했던 도요타 주가는 올해 9% 오르는 데 그쳤고, 2013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봤던 BMW는 전기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되 올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WSJ은 이들이 제시한 계획을 제때에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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