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묘사 지나쳐…정치 불신 심화 우려"
"실제와 같은 뱃지라도 바꿔달라"
이용호 의원이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 제작진에게 국회의원 뱃지(배지)를 바꿔 달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이규진 국회의원의 모습이 "풍자의 수준을 지나 조롱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이용호 의원은 1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의 글을 담긴 공개서한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으로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낸 2선 국회의원이다. 20대 국회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었으나 2018년 2월 탈당했다.
그는 이날 올린 공개서한에서 "얼마 전 우연히 펜트하우스 2의 몇 장면을 보았다"며 작품에서 그린 국회의원(봉태규 분) 이규진의 모습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의원은 공개서한을 통해 드라마 속 이규진의 묘사가 "현실 속 국회의원으로서 보기 민망할 정도"라면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랄한 풍자의 수준을 지나 ‘조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이규진은 부도덕한 국회의원 캐릭터로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이규진은 부동산 정책 관련으로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다 거짓으로 기절해 천막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다. 식사 역시 호텔 뷔페를 능가하는 진수성찬이다.
또 이규진은 주식 미공개 정보를 놓쳐 아쉬워하고, 본인이 국회의원이 돼서 집값이 올랐다 자랑하는 등 천박한 모습을 보인다. 보좌관(장성규 분)에게 갑질을 일삼기도 한다.
아울러 이용호 의원은 드라마 속에서 이규진이 착용한 배지가 실제와 똑같다며 "그 사실성과 개연성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이 더욱 심화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정치 불신을 막기 위해 "이규진의 뱃지만이라도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용호 의원은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작품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규진의 뱃지를 바꿔 사실성을 조금만 희석시켜달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용호 의원은 "뱃지를 바꿈으로서 시청자가 한 발짝이라도 떨어져 볼 수 있게 하고,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현실과 똑같지 않아도 드라마가 의도한 효과는 잘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용호 의원은 "열심히, 깨끗하게 일하는 국회의원도 있다는 것을 국민께서 아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정치가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배지를 바꿔 달라는 이용호 의원의 공개서한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공개서한 블로그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 A 씨는 "의원님 지금 한가하세요?"라고 물으며 "국회의원들도 국가 정보를 빼돌려 땅 투기를 하는 등 기강 해이가 심각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드라마 보고 의원 배지를 고쳐달라고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 B 씨는 "현재 진행 중인 정치권 불신은 미디어가 아니라 당신들이 먼저 자초한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