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6.5%로 상향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2.2% 전망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채권 시장에서 나타난 금리 급등은 연준의 시장 설득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8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오른 1.719%에 마감, 지난해 1월 24일(1.76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 1.75%를 터치하기도 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3bp 오른 2.472%를 기록, 장중 한때 2.5%를 넘어서기도 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2.5%대에서 거래된 것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시장의 인플레이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제로금리 유지 기한으로 2023년을 못박기까지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2023년까지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매월 최소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두고 연준이 ‘제로금리’ 유지를 강조했지만 시장은 그보다 다른 시그널에 주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선 연준 스스로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성명과 함께 발표한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내놓았던 전망치인 4.2%에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실업률 역시 4.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 종전 전망치(5.0%)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에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슈퍼부양책까지 통과되면서 커진 경기회복 기대감이 연준의 경제 전망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렇듯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조정하면서도 기준금리만 제로로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방침에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또한 시장은 연준이 물가 상승을 전망하고 이를 용인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연준은 물가 정책 지표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올해 연준 물가상승률 목표치(2%)보다 높은 2.2%까지 오를 것을 전망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인정한 것이다.
소날 데사이 프랭클린템플턴채권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플레 용인 시그널에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다. 연준은 물가가 목표치인 2% 부근 평균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랄프 악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금리 전략가는 “시장은 ‘평균’ 범위가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러워했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박 낌새를 느끼면 긴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과 인플레이션,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여지를 남긴 점도 시장을 흔든 시그널이 됐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중 7명이 2023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4명은 인상 시점으로 내년 말을 제시했고 3명은 2023년 말이었다.
파월 의장의 발언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위원이 2024년 혹은 이후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그들 중 일부는 전망보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래 전망을 위해 보다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올해 경제가 시장과 전문가들 예상대로 큰 폭 성장세를 보일 경우, 연준이 금리 전망치를 조정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