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출렁이면서 서학개미(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주가가 올랐던 상승장과 달리 최근엔 장 시작과 마감 분위기가 달라 제때 대응하는 게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담은 테슬라, 쿠팡 등의 주가가 단기간 20% 이상 하락해 손실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은 1위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Z홀딩스로 나타났다. 이 기간 2억172만 달러(한화 약 2297억 원)을 사들였다. 네이버가 세운 합작법인으로, 일본의 온라인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Z홀딩스에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기준 Z홀딩스 주가는 1주당 581엔으로, 한화 6000원 정도다.
이어 상위권에는 테슬라, 팔란티어, 쿠팡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월말 고점 대비 26% 가량 떨어진 상태다. 최근 전기차 시장점유율 하락, 엘론 머스크의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악재가 반복되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9조6000억 원 수준이다. 테슬라에 이어 같은 기간 팔라티어, 애플 역시 각각 38%,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투자자들이 상장 첫날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인 쿠팡 주가도 급락했다. 지난 11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16일 6.58% 떨어졌고, 다음날도 8.15% 하락했다. 상장 후 국내투자자들이 사들인 금액은 1억5712만 달러(1775억 원)로 집계됐다. 그간 6893만 달러(778억 원)를 정리했으며, 남은 보유 금액은 8818만 달러(996억 원)로 추정된다.
최근 쿠팡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는 락업 해제에 따른 지분 출회 우려로 꼽힌다. 쿠팡은 지난 18일부터 직원들이 보유한 약 3400만 주에 대해 조기 매각 제한이 해제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 직원이 보유한 물량으로, 전체 상장 주식수의 2% 수준이다. 앞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도 120만 주를 매도해 약 4200만 달러(474억 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이어 오는 5월까지 대규모 락업 해제가 줄줄이 예정돼 수급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도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 쿠팡 주식을 사도 될지 묻는다면, 결론부터 말해 이 가격에서 지금은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다”며 “공모가 상향 조정에 이어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몇일 동안 주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비교기업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수급 부담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