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우주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 스파이더맨도, 스타로드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아니, ‘세상의 생명 절반’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세상의 생명 절반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충격적인 결말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21년.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수많은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다.”
17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하며 한 말이다.
실제 지난해 23만984개가 폐업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집합금지ㆍ영업제한 업종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19조8828억 원 줄었다. 올해 1월 자영업자 수는 1994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다.
소상공인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정상 영업 보장 및 무이자 대출 확대 시행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영업시간 보장 △소상공인 무이자 대출 확대 시행 △코로나 피해 업종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 △소상공인 세제 감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특히 문제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다. 권 장관은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과정에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권 장관은 “손실보상을 소급해서 법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면 향후 얼마를 지급해야 할지 계량할 수 없다”며 “그건 아마 신(神)도 모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소상공인은 죄가 없다. 그들은 단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집합금지ㆍ영업제한 조치에 협력했을 뿐이다. (건물주들은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에도 임대료를 꼬박꼬박 챙겼다. 오히려 더 올린 곳도 허다하다.)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손실을 계량할 수 없다는 권 장관의 말은 핑계다. 지금까지 수조 원을 뿌린 재난지원금은 그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량해서 정확하게 지원을 했단 말인가. 전혀 아니다.
계량을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소상공인의 잘못이 아니다. 전체 사업체의 85% 이상이 소상공인이며 전체 근로자의 37%가 종사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국가 및 지역경제의 근간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정확하고 다양한 통계 자료조차 갖추지 못한 중기부의 잘못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ㆍ육성해야 할 주무 부처의 장관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선 안 된다. 타 부처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손실보상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해도, 권 장관은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그것이 중기부의 존재 이유이며, 중기부 장관의 역할이다.
물론 권 장관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다. 그들에겐 희망이 절실하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항상 그 희생이 더 낮고 어려운 사람의 몫이어야 하나. 건물주는 오늘도 아무런 피해 없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활짝 웃고 있다.
권 장관은 이제라도 건물주가 아닌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품어주는 것이 지금 권 장관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들이 돌을 던지면 피하지 말고 그냥 맞아야 한다.
소상공인이 먼지처럼 사라지게 내 버려둬선 안 된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이 먼지가 되어 사라질 각오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타 부처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