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가 연봉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실력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는데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 소수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영입전이 치열하다.
◇게임업계 개발자 영입 러시 = 현재 국내 게임업계 중 개발자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넥슨이다. 넥슨은 신규개발본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개발자 채용을 지난 15일 이미 시작했다. 세자릿 수 인원을 뽑을 예정이며 신규 프로젝트 9종의 개발에 투입된다.
엔씨소프트 역시 내달까지 차세대 콘솔게임 서버 프로그래머를 모집한다. 게임 클라이언트와 애니메이션 관련 게임 로직 개발을 맡게 된다.
대형 게임업체 뿐만 아니라 중소형 게임사도 개발자 영입에 치열하다. 네오위즈도 최근 채용공고를 올리며 개발자 통합 영입에 나섰다. 산하 스튜디오인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는 콘솔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8가지 직무에 걸쳐 대대적인 개발자 이동이 예상된다.
◇신입인데도 1억 준다, 개발자 연봉 경쟁 과열 = 이처럼 IT업계 개발자 영입경쟁은 업계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포털업계와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IT업계에 스타트업까지 경쟁을 벌이며 개발자들이 더 귀해졌다. 여기에 일부 업체에서는 연봉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조건의 옵션까지 제시하며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올해 신입 및 경력 개발자 영입을 위한 공채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과하고 입사하는 신입개발자에게는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부여한다. 경력 개발자에게는 추가 보너스 500만 원을 지급하며 입사를 독려하고 있다.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직 채용 시 기존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를 지급한다. 기존 직장에서 5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면 이직 시 최대 7500만 원의 연봉까지 노려볼 수 있는 것. 여기에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까지 지급해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봉 인상 붐, 제조업에 불똥 = IT업계 개발자 연봉 인상이 이어지다보니 제조업의 임금협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임직원 대표인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는 6.36%의 임금 인상률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2.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협상을 거치며 결국 회사 측에서 제시한 숫자에 가까운 임금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IT업계에서 연봉을 잇따라 올리는 것과 비교하며 사내게시판 등에서 불만이 거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경우 연봉이나 성과금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고위임원들과의 형평성에 더 관심을 많이 두고 불만을 제기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개발자 유출은 기업의 존폐까지 걱정” = 하지만 일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개발자 영입이 과열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개발자 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였는데 대형업체 위주로 인재가 몰린다면 중소형 개발사는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다.
중소형 게임사에서 개발자로 재직하고 있는 A씨는 “연봉 인상 러시때부터 우려됐던 개발자 영입전쟁이 이제 시작되는 분위기”라며 “개발자 뿐만 아니라 신입들까지 구하기 어려워져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미래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까지 4대 미래 유망분야에서 3만1833명의 신규인력 부족으로 인력 수급의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초·중급보다는 대학원 이상의 고급인력 부족현상이 인공지능 7268명, 클라우드 1578명, 빅데이터 3237명, 증강·가상현실 7097명으로 전망해 인력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력난 탓에 개발자가 이직하면 또 다른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개발자를 구하지 못하는 개발사가 나올 수 있다며 시장 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개발자 B씨는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지고 귀해지면서 중소형 기업에서는 이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산업이 호황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긴 하지만 음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개발사들에게는 연봉 인상 행렬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