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여론조사상 야권에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중앙일보, KBS·MBC·SBS 방송3사 의뢰 두 건의 여론조사 모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진행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누구와 양자대결을 해도 밀렸다.
22일 공개된 중앙일보 의뢰 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나서면 52.3%로 박 후보(35.6%)를 누르고, 오 후보가 돼도 50.6%로 박 후보(36.8%)를 앞섰다. 21일 공개된 방송3사 의뢰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오 후보가 각기 45.9%와 47%로 30% 언저리의 박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각기 지난 19~2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20~21일 1006명 대상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열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이 되자 박 후보는 먼저 지원군을 불러냈다.
7개월 전 민주당 대표직을 물러난 후 나서진 않던 이해찬 전 대표가 19일 여권 성향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을 언급하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지원에 나섰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 여파로 박영선 캠프에서 이탈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의 빈자리도 오래 두지 않고 현역 의원을 배치했다. 21일 캠프 대변인에 강선우·이동주 의원을 임명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을 겸임하고 있고, 박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았었다.
과거 청산에도 나섰다. 그간 박 후보의 정치적 약점으로 꼽히던 도쿄 소재 아파트를 지난 2월 처분한 사실을 21일 밝힌 것이다. 아파트 구매 이유가 이명박 정부 사찰 탓이었다는 토로도 함께 내놨다. 야권의 공세 지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부동산 청렴성’을 확보하고, 이명박 정부를 거론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공세에 더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박영선 캠프는 22일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비판하는 논평을 집중적으로 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김원이 의원이 오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 내곡지구 보금자리주택 지정 과정을 인지하고 정부와도 협의했음을 드러내는 2008~2009년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공개하며 공세를 펼쳤다.
다만 국민의힘은 박 후보에 서울시장 선거 출마 전에는 왜 처분하지 않았는지 되물으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박 후보는 도쿄 아파트를 지난 2010년 구매했다.
인기공약을 연이어 내세워 이목 끌기에도 나섰다. 박 후보는 22일 835억 원을 들여 서울시 공립·사립 유치원 7만5000명의 원생에 중식·간식·우유 무상 제공을 공언했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1조 원을 투입해 전 서울시민에 1인당 10만 원의 재난위로금을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서울시가 약 4조 원의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배경이 있지만, 선거를 불과 2주 정도 앞두고 연이어 인기영합성 공약을 냈다는 점에서 ‘매표 행위’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난위로금 공약의 경우 클린선거시민행동, 자유대한호국단,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공정한미디어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그러나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의 근본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태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파장이라는 점에서 반전의 키를 쥔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LH 사태에 대해 국회에서는 야당과 전수조사·특별검사·국정조사 추진을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윤리감찰단이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 전에 특검 등의 추진 합의를 도출하고, 유의미한 자체조사 결과를 내야 지지율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LH 특검 등은 23일 첫 협상에 돌입하지만 야당과 조사·수사 범위 의견차가 상당해 조속히 추진될지 불투명하고, 자체조사는 투기 의심 인사를 공개하면 그 자체가 추가 악재가 되고 없다고 하기엔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곤란한 상황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건의 경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했던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후속조치가 요망된다.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지목되면서 박영선 캠프에서 나오긴 했지만 당 차원 징계가 요구사항이었던 만큼 선거 전에 추가조치가 나와야 만회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조치를 요구한 만큼 논의될 여지는 있지만, 이 경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