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30년 롯데맨 대신 이베이 출신 CEO 영입…이베이 인수 의지 확인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전통 유통업체나 기존 이커머스들의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통사를 이끌던 전통 유통 전문가들의 설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를 이끄는 수장들은 대부분 기존 오프라인 업체 출신이 아닌 유통업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외부인’이다.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이 컨설턴트 출신 CEO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롯데쇼핑도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에 이어 롯데온에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에 맡겨 온라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 이커머스 대표(사업부장) 자리에 이베이코리아의 나영호 본부장을 내정했다. 나 신임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후 내달 말부터 롯데온을 맡기로 했다. 나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현대차, LG텔레콤에 이어 특히 대홍기획에서 롯데닷컴 창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G마켓에서 이커머스 사업 경력을 쌓았다.
롯데쇼핑은 지닌달 실적 부진의 이유로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을 사실상 경질한 바 있다. 조 전 사업부장은 199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마케팅팀장과 분당점장, EC담당인원, 기획부문장, 롯데지주 경영전략팀장 등을 역임한 30년 롯데맨 출신이다. 이외에도 임성묵 플랫폼센터 옴니채널본부장과 김현수 플랫폼센터 ICT본부장도 물러났다.
또한 오정훈 이커머스 생활부문장과 류영재 플랫폼2부문장, 이혁 통합EC개발담당장 등도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합류했다. 지난해 8월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에 이어 9월에는 임현동 상품부문장이 영입됐다. 박달주 전략기획부문장과 최희관 플랫폼센터 옴니채널본부 O4O부문장은 작년 1월 상무보로 이름을 올렸다.
실제 롯데온은 출범 원년인 지난해 1379억 원의 매출과 9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전년에 비해 매출은 -27.4%, 적자는 무려 70% 가까이 늘며 출범 1년이라는 ‘오픈빨’을 누리지 못했다. 이는 50% 이상 성장한 경쟁사 SSG닷컴이나 지난해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액 성장률 20%과 비교할 때 초라하다.
롯데온이 이베이 출신을 대표로 앉히면서 이베이 인수전에 한껏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이와 오픈 마켓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을 택해 인수 후 시너지를 내기위해 사전 포석이란 것. 지난해 롯데온의 거래액은 7조5000억 원 수준으로 이베이의 거래액은 20조 원이 더해질 경우 단순 합계 거래액에서 쿠팡(22조 원)을 넘어 30조 원 수준인 네이버 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예비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MBK파트너스), SK텔레콤(11번가)까지 가세했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았지만, 본입찰에서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카카오가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컨설턴트 출신이 대세다. 강희석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는 SSG닷컴까지 맡게되면서 이마트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1969년 생인 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행정고시 합격 후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공직을 떠난 후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고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베인앤컴퍼니에서 이마트의 경영 자문을 맡아왔다.
그는 점포의 30%를 그로서리(식음료) 매장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수익성이 낮은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의 전문점을 과감하게 없애는 한편 새로운 최영준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삼일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로 강 대표와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연이 닿았다. 티몬 CFO(최고 재무책임자)를 거쳐 SSG닷컴에는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근무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대표 컨설턴트 출신 CEO는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꼽힌다. 각각 보스턴컨설팅과 베인앤컴퍼니를 거쳤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각각 2배 가량의 매출이 뛰며 실력을 보였다. 김 의장이 이끄는 쿠팡은 미국 증시 입성에도 성공하며 몸값 100조 원과 투자금 5조 원을 끌어내기도 했다. 마켓컬리 역시 증시 상장을 선전포고한 상태다.
롯데쇼핑도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마트 수장에도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였던 강성현 전무를 임명한 바 있다. 그는 1970년 생으로 50대 초반으로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는 유통·소비재프로젝트를 맡은 컨설턴트 출신이다. 롯데마트를 맡자마자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를 롯데마트의 상품기획(MD) 본부 헬스앤뷰티 부문으로 편입하고 올해 초 창사이래 처음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효율화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자는 “기존 전통 유통업체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녀 완전 다른 전략을 취해야하는 만큼 외부 출신이 유리하다”면서 “특히 업계와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