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언태 현대차 사장 "SUV 판매 비중 50%로"…정몽구 명예회장, 마지막 등기이사직 물러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과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와의 소통 확대에 힘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24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제53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하언태 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를 사업 턴어라운드(전환)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수익성 확보, 미래 성장 사업 경쟁력 확보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신형 투싼과 팰리세이드, 크레타 등을 바탕으로 세계 SUV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중국 시장의 위상 회복을 위해 판매의 질을 향상하겠다”라며 “세계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아이오닉5’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도 제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안건 상정에 앞서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이 주주들에게 자동차 시장의 미래 트렌드와 현대차의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주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이 소장은 “전동화에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가 더해지며 사업 영역이 확대하고 있고,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라며 “자동차 업체가 완성차 생산ㆍ판매 업체에서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변화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그랬듯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주총을 온라인 생중계했음에도 주총장에는 100명 넘는 주주들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주들 간의 거리를 1m 이상 띄워 지정 배치했다. 일부 주주는 주총장 자리가 부족해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화상으로 주총에 참석했다.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됨에 따라 현대차와 주요 계열사는 이번 주총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내부의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 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위원회에 ESG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현대차는 안전 및 보건 계획과 관련한 조항도 정관에 추가했다. 앞으로 대표이사는 매년 회사의 안전,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승인받아야 한다.
여성 이사도 처음으로 선임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는데, 이에 앞서 유능한 여성 이사를 확보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현대차는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 교수는 2019년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된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현대차는 이 교수가 미래 주요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방향성과 기술 동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과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를 각각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뒷받침할 준비도 마쳤다.
현대모비스는 항공 모빌리티와 로봇 부품 제조ㆍ판매업을, 현대글로비스는 로봇의 제조ㆍ수출입ㆍ유통ㆍ임대ㆍ유지보수와 관련 서비스업을 각각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회사의 미래 사업이 자동차 50%, PAV(개인 비행체) 30%, 로보틱스 20%가 되고, 그룹은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공식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마지막으로 유지하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정 명예회장은 1977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 초대 사장을 맡아 회사를 세계 7위 종합 부품사로 키웠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과 함께 유지하고 있던 현대차 미등기임원도 내려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동일인(그룹 총수)으로 정의선 회장을 지정하면 '정의선 체제'로의 공식적인 전환이 모두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