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독박 배상 vs 다자 배상 논란

입력 2021-03-24 15:20수정 2021-03-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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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도둑(옵티머스자산운용)이 들었다. 도둑은 1년에 걸쳐 교묘하게 물건을 훔쳐 갔다. 상자는 두고 그 안에 내용물만 훔쳐 가는 식이었다. 도둑을 잡으려고 보니 CCTV(수탁사)는 녹화가 안 되고 있었고, 매일 재고를 확인하는 직원(사무관리사)은 “상자만 확인하지, 그 안에 내용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CCTV 회사는 “녹화 기능까지는 없는 CCTV“라고 항변했다. 편의점 직원(NH투자증권)은 ”도둑질을 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 직원이 일단 사장에게 물건값을 모두 배상하고, 개인적으로 CCTV회사를 찾아가 잘못을 따진 후 돈을 받아보라고 말한다.

옵티머스펀드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원금 100% 반환 사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이번 사태가 금융감독 당국과 복수 금융기관의 연대책임이라고 지적한다.

▲옵티머스펀드 운용 구조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 판매사가 100% 배상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 관련 외부 법률 검토 결과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맺은 계약 자체가 무효기 때문에 판매사는 원금 100%를 반환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착오에 의한 취소’가 적용이 됐는데 이는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운용과 공모하고, 사전에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서도 정상펀드인 것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옵티머스펀드의 경우 공모는 없었지만 애초에 옵티머스가 주장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투자상품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판매 증권사가 ‘몰랐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착오취소 요건이 된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는 법 조항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서 펀드 판매사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의 경우는 ‘공모’했다는 명확한 사기행각이 있었지만, 옵티머스는 판매사와 ‘공모’ 정황을 밝혀내지 못한 채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착오에 의한 취소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선례가 굳어지면 판매사만 책임을 계속 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일을 해결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100% 판매사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일단 판매사가 모두 배상하고,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NH투자증권이 배상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구상권 청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투자자들은 배상을 받지 못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재차 “펀드 수탁사와 사무관리사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수탁사와 사무관리사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공개한 옵티머스의 수수료율 현황을 보면 판매가 0.65%, 수탁사 0.04%, 사무관리사 0.02%다. 수수료가 낮은 것은 서류를 확인하는 정도의 역할이기 때문이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본인들의 몫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예탁원은 옵티머스와의 계약은 일반사무관리 회사가 아닌 ‘계산사무대행사’를 맡는 성격의 계약이었다고 반박한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계산사무대행사는 펀드 자산에 대한 검증 의무가 없고, 펀드 기준가격을 대신 계산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예탁원 측은 “무인보관함 관리자한테 책임을 묻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펀드 검증 의무는 수탁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사모펀드의 자산 편출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기로 약속했던 펀드에 부실채권을 담으라는 운용사의 지시를 받고도 어떠한 이의제기 없이 그대로 담았다. 또한 펀드가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 은행 고유자금으로 이를 메꿔주기도 했다.

사무수탁관리사는 펀드 자산 명세서를 작성하는데, 부실채권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인 것으로 아예 이름을 바꿔줬다. 단순 실수라 치부하기엔 너무 큰 실수인 셈이다.

이번 사기 사건에 있어 두 기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사모펀드 특례조항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복수 금융기관의 연대책임이 현실적이라는 게 금투업계의 전반적인 지적이다.

이는 NH투자증권 측이 가장 바라고 있는 안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 간 소송이 아닌 협의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이른 시일 내에 해줄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25일 예정된 옵티머스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간 정영채 NH투자증권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는 자리다. 앞서 금감원은 정 대표에게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3개월 직무정지 제재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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