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갈등으로 동맹국 밀착 강화...문재인 정부 외교부담 가중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맹을 지렛대 삼아 동북아 지역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맞서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와의 밀착에 나서면서 북한으로서는 믿을 구석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한·미·일과 북·중·러가 맞서는 전선이 형성되면서 신냉전 구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치로 세우고 동맹국인 일본, 한국과 공조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방한 기간 홍콩과 신장 등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비난했고, 북한도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되자 북한과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고받은 구두친서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친서에는 양국관계 강화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근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사태 등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는만큼 중국과의 밀착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와도 '반미전선'에 가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뒤 "서방세계 등 다른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의 국무·국방 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돌며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 대결 구도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정부의 구상이 난관에 부닥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바라는 미국과 한국을 '약한 고리'로 여겨 공략할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5일 한국을 찾은 라브로프 장관의 행보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공식적인 방한 목적은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지만,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