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이 지난해 내홍을 겪은 HSBC펀드서비스 인수에 104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콤은 분당센터를 매각한 자금으로 HSBC펀드서비스를 인수해 코스콤펀드서비스를 설립했다. 인수 당시 코스콤은 적자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다는 내부 반발을 겪은 바가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콤은 종속기업투자주식의 취득에 104억855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8월, 코스콤은 HSBC 아시아 태평양 홀딩스의 HSBC 펀드서비스코리아의 지분 92.66%를 매입하기로 했다.
1977년 한국증권전산으로 설립된 이후 43년 만에 첫 인수 사례다. 이에 코스콤펀드서비스는 지난해 11월 14일 코스콤 자회사로 편입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 코스콤펀드서비스 주식회사(구 HSBC펀드서비스 주식회사)의 보통주 지분 92.96%를 취득하여 지배력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코스콤은 기존 분당 센터를 매각해 인수 자금을 확보했다. 분당센터는 2015년 여의도 본점으로 백업 기능이 넘어가면서 그간 임대용으로 사용됐다. 활용성이 낮은 부동산을 팔아 신규 사업에 투자한 것. 실제 지난해 유형자산을 정리하면서 들어온 현금은 219억 원으로 집계된다.
앞서 코스콤은 2018년 중기 경영 전략에서 자산운용 시장 진출을 계획한 바가 있다. 인수 이후 △실시간 자산관리 시스템 도입 △로보 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구성 △금융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제공 등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코스콤은 HSBC펀드서비스 인수로 내홍을 겪었다. 당시 정지석 사장이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사무수탁사를 무리하게 인수 추진한다는 지적에서다. 지난해 6월 이사회 당시, 노조는 사무수탁사 인수 안건의 가결을 막은 바 있다.
작년 8월 인수 당시 박효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코스콤지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장이 동지들의 뜻을 권위로 짓밟으며 강제로 적자기업 인수를 서두르고 있다”며 “현 사장은 해당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뭘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HSBC펀드서비스의 시장 입지가 크지 않는 데다 수익성 역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자산운용사에 대한 사무관리회사 업계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코스콤펀드서비스의 영업수익은 4억8285만 원이며 당기순손실은 6억1119만 원으로 나타났다. 자산은 158억9076만 원, 부채는 20억5960만 원이다. 25일 기준 사무관리사설정 규모는 5조6421억 원으로 전체 11곳 중 9위 수준이다. 재간접펀드(90.1%)에 쏠려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일반사무관리 업무에 진출하면서 2대 주주(4.35%)인 한국예탁결제원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예탁원의 설정 규모는 37조1519억 원으로 6위다. 이에 코스콤은 '웰스테크 플랫폼(Wealth-Tech Platform)' 기업으로 시장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코스콤은 클라우드 기반의 자산운용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4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상반기 안으로 도입하겠다는 목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오픈API 등을 활용한 IT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콤펀드서비스가 비록 적자를 기록했지만, 분기별로 보면 흑자 전환한 경우도 있었다"며 "인수 과정에서 매출이 줄어든 영향도 있는 만큼 앞으로 실적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스콤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 3103억8144만 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반면, 영업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215억9100만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