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작업 장기화할 가능성 우려
수에즈운하 마비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이집트 정부가 결국 좌초된 선박에 있는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빼는 작업 준비를 지시했다. 사실상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수에즈운하 정상화 작업이 몇 주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수에즈운하를 막아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예인이 실패할 경우 해당 선박에 있는 일부 화물을 하역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준설과 예인 작업으로만 사태 해결에 나섰으나 화물 일부를 내려 배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까지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구난업체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에 크레인을 이용해 선체에 실린 컨테이너 중 일부를 하역하기 위해 장비 조달 관련 계획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사마 라비 SCA청장은 이집트 현지 언론에 “일부 화물 하역 작업을 위해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연 상태를 더는 늘리지 않도록 필요한 장비 조립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이번 시시 대통령의 지시는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이후 첫 개입으로 컨테이너를 빼는 것만이 현재로써는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업계 안팎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수에즈운하 마비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은 이집트 당국 측에 사태 해결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비 SCA 청장도 “배의 무게를 가볍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을 대비해 미국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것”이라면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장비들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좌초된 에버기븐호와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에는 대부분 40피트(약 12m) 높이의 대형 컨테이너를 포함해 1만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만을 꺼낸다고 해도 전용 크레인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운하의 둑에 있는 모래 상태다. 개당 무게가 수 톤(t)인 컨테이너 수천 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에버기븐호를 수로에서 꺼내기 위한 예인과 준설 작업은 이날 저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 선박의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십매니지먼트(BSM)는 추가로 투입된 2대의 대형 예인선이 이날 밤 선체 부양 작업에 합류한다고 전했다. 슐테는 29일 추가로 또 다른 예인선이 합류하고, 30일에는 준설선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운하 서비스 회사인 레스 에이전시는 두 척의 고성능 준설선이 27일 밤새 진흙과 모래를 파냈고, 두 척의 예인선이 28일 예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CA는 "해당 예인선이 4m 정도 움직였다"면서 “작고 느린 움직임이지만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수 수위가 충분히 높아져 모래톱에서 배가 빠져나오길 기대했으나, 이날 저녁 조수 높이는 2m 높아지는 데 그쳐, 선박이 빠져나오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SCA는 설명했다.
한편, 사고 선박 처리가 지연돼 엿새째 물길이 막히면서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 수는 369척으로 늘었다. 일부 선사들은 대체 노선으로 배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