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 놓쳤으면 운하 마비 사태 장기화
준설선과 예인선을 동원한 에버기븐호 부양이 여러 차례 실패로 돌아가면서 작업자들은 ‘별’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조수는 보름달 혹은 초승달일 때 높아진다.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지구가 받는 인력이 최대가 돼 만조가 높아지고 간조가 낮아진다. 바다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선박 부양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한사리(spring tide,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의 밀물이 가장 높은 때)로 불리는 이 현상은 한 달에 두 번 발생하는데 28일이 바로 시작날이었다.
이 때부터 수위는 평상시 만조 때보다 1.5피트 높아질 예정이었다. 이는 1만8000여개 컨테이너를 실은 1300피트 규모의 선박을 하역 없이 부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특히 이번에는 올해 들어 처음 나타난 ‘슈퍼문’으로 효과가 극대화됐다. 슈퍼문은 타원 궤도를 도는 달이 지구에 가까워진 데다 이 때 달이 보름달일 경우 나타난다. 연간 수차례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슈퍼문은 벌레달(Worm moon)로 일년에 두 번 일어나는 드문 달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이 녹기 시작해 지렁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초된 선박을 부양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지만 지속 기간은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이를 염두하고 24시간 준설 작업에 돌입했다.
라스 미캘 젠슨 A.P. 몰러-머스크 대표는 “바다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29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면서 “지난 며칠간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슈퍼문 7일 후에는 태양과 달이 지구에 대해 직각을 이루게 돼 조수가 낮아진다. 이번 기회를 실기했을 경우 에버기븐호 좌초가 더 길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