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으로 오픈마켓 강화ㆍ마켓컬리 수도권 외 지역 ‘새벽배송’ 확대
이커머스들이 본격적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섰다. 수도권 지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서던 마켓컬리가 서비스 지역 확대를 선언했고, 타임커머스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던 티몬은 국내 최초로 판매수수료 마이너스 정책을 내놓으며 오픈 마켓 사업 강화에 나섰다.
쿠팡이 상장에 앞서 배달주문서비스 쿠팡이츠와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했고, 이 과정에서 몸값이 수직 상승을 지켜보면서 이들 역시 시장가치를 높게 받으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티몬은 1일부터 파트너사의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정 기간 수수료를 0%로 낮추거나 부분 감면하는 기업들은 더러 있지만,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걸어 판매수수료를 환급해 주는 것은 티몬이 처음이다. 아울러 통상 3%대인 결제대행(PG) 수수료도 티몬이 부담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대형유통업체 유통거래 실태조사’에서 발표한 온라인몰의 실질수수료율은 평균 9%다. 이 수수료를 감면하고 1%를 추가로 환급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티몬은 파트너와의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좋은 상품들을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해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일 품목 판매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티몬에 판매 상품을 등록할 때 옵션을 포함하지 않은 개별 단위의 상품을 단일 등록 카테고리에 등록한 판매자에 한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티몬 관계자는 “단일 상품으로 등록하면 상품 검색이 더욱 쉬워지고 옵션 가격 차이 등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도 줄일 수 있어 고객들의 쇼핑 환경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판매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추가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마켓컬리도 지난달 30일 김포 물류센터 오픈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반기 중에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의 수도권 이외 지역 확장을 선포했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지역 확대는 기존 장지 물류센터와 최근 운영을 시작한 김포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삼는다.
당초 마켓컬리는 수도권 외 지역에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점쳐왔다. 지방권역은 단위 면적당 인구가 적어 배송 비용이 높지만, 객단가가 수도권 대비 낮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 새벽배송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롯데슈퍼의 프레시센터를 활용해 부산ㆍ경남권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 지역에 대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물류센터 인근 인구 밀집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2~3주 내에 구체적인 지역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켓컬리가 화성·동탄까지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대전과 세종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들의 거침없는 사업 확대는 상장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미국 증시 입성으로 몸값이 치솟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후발주자들이 쿠팡 벤치마킹에 나섰다는 것. 쿠팡은 증시 입성을 앞두고 1년 전 주문배달 어플 ‘쿠팡이츠’를 내놨고, 입성 직전엔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출시했다. 풀필먼트 서비스와 택배 시장도 도전에 나서며 사업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30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쿠팡의 시장 가치는 공모가가 72조 원으로 뛰었고, 상장 첫날에는 종가 기준 100조 원대로 더 높이 날았다.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수년 째 적자를 이어온 쿠팡의 몸값이 수직상승한 것은 여러 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성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쿠팡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현시점은 상장을 추진하기에 적기로 평가된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마켓컬리 외에 티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30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하반기 기업 공개(IPO)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원 대표는 올초 “자본결손금을 정리하고 하반기 성공적인 IPO를 위해 구체화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타임커머스를 주요 사업으로 해 쿠팡이나 G마켓 등의 선두 사업자에 비해 오픈마켓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티몬의 ‘마이너스 수수료’ 전략은 더 많은 판매자를 유치할 수 있고, 여기서 더해 ‘단일 품목’이라는 조건은 티몬에서 검색되는 품목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최근 SSG닷컴도 지난달 20일 쓱(SSG) 파트너스(판매자 센터)’의 테스트 운영에 나섰고,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에 신세계·이마트를 비롯해 롯데쇼핑과 SK텔레콤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11번가도 증시 상장 추진과 함께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대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계속된 적자에도 미래 성장 가능성에 상장은 물론 높은 몸값까지 인정받으면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는 것은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