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쓰레기 대란과 박스 대란의 해법

입력 2021-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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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용 강원대학교 제지공학과 교수

사람들에게 '쓰레기 대란과 박스 대란 중 뭐가 더 싫어요' 라고 묻는다면, 환경관련 일부 사람들은 폐지가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 대란이 싫다고 할 것이고, 수출 관련 일부 사람들은 폐지 부족으로 수출용 종이 상자가 부족해지는 박스 대란이 싫다고 할 것이다.

물론 풍요롭고 안락한 국민 생활을 위해서는 당연히 쓰레기 대란과 박스 대란 모두를 피해야 하는데, 요즘 그러기 어렵다고 한다. 재활용 종이를 만드는 제지업체들은 폐지 수입신고제 등의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박스 대란을 염려하지만, 환경부는 폐지 수입량이 제도 시행 이후 감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지방 소재 제지업체들은 골판지를 생산하기 위한 폐지가격이 오른다고 하지만, 환경부는 코로나 위기로 내려갔던 폐지가격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은 코로나 이전보다 낮다고 한다.

제지업체들은 폐지를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익으로 폐지 이외의 비닐, 플라스틱 등 값어치가 낮은 품목의 수거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하지만, 환경부는 폐지 수급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폐지거래 표준계약서의 보급과 압축폐지 함수율 실시간 측정설비 설치 요청을 지난해부터 해 왔지만, 제지업계가 미온적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결국 쓰레기 대란을 피하면서 박스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국산 폐지를 원료로 재생지를 생산하는 재활용 제지업체가 생산기반을 굳건히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주원료의 수급이 안정될 수 있도록 폐지의 수거공급 체계가 원활해야 한다.

이에 관해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선적인 과제는 '폐지가격 안정'과 '쓰레기 대란 예방'에 두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폐지가격이 안정돼야 장기적으로는 제지업계도 시장 변동에 따른 불안 없이 꾸준히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재활용 제지업체는 폐지를 구매할 때 수분과 비닐, 플라스틱 등의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저울이 측정한 폐지 무게의 10~20%를 감량해왔다. 이러한 감량은 검수자가 육안으로 훑어보고 판정하므로, 그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제지업계는 폐지의 수급 상황에 따라 원료가 부족할 때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감량을 줄이고, 원료가 남을 때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감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폐지의 가격을 교란해온 것이다. 그러므로 제지 현장에서 킬로그램 당 130원 하는 폐지가격이 20원 올랐다는 것은 감량이 10% 이상 줄어들고도 이에 더해 가격이 또 오른 것이므로 오십 원 이상 인상된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사정을 정확히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지업계가 조장한 결과, 실제로 원료가 부족해지더라도 외부에서 알아보기가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수도권과 달리 항상 폐지가 부족한 지방은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미 제안된 압축폐지의 실시간 함수율 측정설비를 활용한 폐지 검수를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민·관 폐지수급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해관계자와 함께 국내·외 폐지 수급동향, 폐지 관련 정책과제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환경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무쪼록 이 협의체를 통하여 재활용 제지업계와 폐지업계간 해묵은 불신과 반목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국내 폐지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업계와 정부가 서로 협조하며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가 쓰레기 대란과 박스 대란을 충분히 피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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