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에 들어간 국내 기업은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5곳이다. 이 가운데 제넥신과 셀리드는 임상 2a상에 진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5개 기업은 모두 올해 하반기 임상 3상에 진입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코백-19'의 임상 1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다음 주까지 대상자의 2차 접종을 완료하고, 상세한 결과를 5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임상 2상에도 착수한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상 결과는 늦어도 9월 초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적인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 현재까지 통증 등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BP510'과 'NBP2001'을 동시에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둘 중 하나를 3분기 내 3상에 진입시킬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GLS-5310'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진원생명과학은 연말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7월까지 임상 1상의 2차 투여를 완료할 방침이다. 임상 1/2a상은 34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임상을 진행해 2상까지 완료하고 연말 3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제넥신은 7월 'GX-19N'의 임상 2a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단 업체도 있다. 1회 접종만으로도 효능을 내는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를 개발 중인 셀리드는 이를 통해 임상 기간을 단축, 8월까지 2상을 완료하고 긴급사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 3상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허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만 명 이상, 화이자 백신은 4만 명 이상에게 투여해 예방 효능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과정이다.
더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가 임상 3상을 진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니란 점이다. 임상 3상은 백신 후보물질과 위약을 각각 투여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비교적 코로나19 감염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개발 백신에 대해서는 기존의 임상 3상 대신 '비교 임상'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시판 중인 백신과 개발 방식이 유사한 국내 백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예방 효능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국내 백신 개발사들은 일찌감치 비교 임상의 도입을 강조해 왔다. 백신의 연내 상용화를 위해 필수라는 주장이다. 백신 개발사 관계자는 "정부도 원활한 백신 공급이 필요한 만큼 비교 임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넥신은 임상 3상을 다국가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1000명을 시작으로 총 3만 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연내 다국가 임상을 끝내고 각국 보건당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총 7900만 명분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인구의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백신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확보한 백신을 적시에 도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려워졌다. 6월까지 도입 예정 물량은 약 900만 명분에 그친다.
다국적제약사의 백신 공급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국산 백신의 조기 상용화가 절실하다. 국내 백신 개발사들은 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백신 개발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일정 물량을 선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까지 자국 개발 백신 3종을 보유한 미국은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100억 달러(약 11조1600억 원)를 쏟아붓는 '초고속 작전'을 실행했다. 한 기업당 수조 원을 지원하는 초고속 작전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첫 번째 백신을 확보했다. 미국은 곧 노바백스 백신의 승인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개발을 위해서는 정책적·자금적으로 완벽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증명된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유례 없는 질병에는 유례 없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