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대 중 55.3%가 야당 후보에 투표했고, 이 중에서도 20대 남성들에게서 72.5%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이 나와서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클리앙'의 한 이용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20대에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확실히 요즘 20대는 과거 20대와는 다른 것 같다"고 적었다. 이후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또 다른 이용자도 "20대는 사람과 개돼지도 구분 못 하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 좀 잘 못 했다고 사람도 아닌 것들에게 표를 주나? 욕도 아깝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20대 우경화가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다", "20대 지지율을 보면 앞으로 희망이 없다. 20대 자녀를 둔 부모로 앞으로 걱정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글들과 함께 이날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20대 지지율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컸다. 한 이용자는 "그들을 욕할 것은 없다. 집값은 맨날 잡겠다는데 결과는 평생 벌어도 못 살만큼 올라가 버리고 취업은 매번 해결한다는데 나는 안 되고 그냥 짜증이 나 돌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20대 남성들에게 말만이라도 좋으니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 분명 문 대통령 때 상당히 많이 뽑아줬고 지지율도 처음에는 높았었는데 떨어진 건 민주당 측에 책임이 있는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20대 개XX론'은 진보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교체가 이뤄졌던 지난 2007년 이후 일부 진보 인사들 가운데서 제기된 일종의 세대론이다.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축약해 이르는 말)들이 '20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체제 순응 경향이 심하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나온 세대론이 시초였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2년 후인 2009년 8월, 김용민 시사 평론가(당시 한양대 겸임교수)가 한 언론에 기고한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가 20대 개XX론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김용민 평론가는 당시 "지금의 20대 초중반을 이루는 대학생 세대는 모든 사안을 '가치'보다는 '자신의 유불리'에 방점을 두고 사리판별을 하게 된다"며 "이 후보의 부도덕한 과거를 충분히 숙지했음에도 표를 헌납했다"고 했다.
현 정권 들어서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20대 비하론이 다시 등장했다. 과거에는 소극적인 투표와 정치에 무감각한 점이 주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20대의 '우경화'가 20대 개XX론의 주요 비판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2019년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굳건했던 20대 남성 지지율이 낮아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교육 문제”라며 "이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6일 "20대의 경우 과거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온 데 대해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고 했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류근 시인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청년들이 외로워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류근 시인은 "20대 청년들의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60%라고 수구 언론들이 막 쌍나팔을 불기 시작한다"며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 붙들고 앉아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다면 그 청년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초기 열렬한 지지를 보였던 20대가 등을 돌린 것은 취약한 일자리 상황, 조국·윤미향·LH 사태 등에서 반복된 불공정, 그리고 젠더 갈등과 같이 정권에 대한 '실망감' 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 청년들의 마음속에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그 외침에,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격차를 좁혀달라는 청년들의 절규에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충분하게 응답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에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국민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라고 민주당을 믿고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실망감만 안겨드렸다"며 "부동산은 날로 급등하고, 월급 봉투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세상,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건 같이 '내부자들'만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청년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