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좋은 인센티브, 나쁜 인센티브, 이상한 인센티브

입력 2021-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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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자본주의는 경쟁과 인센티브 두 축으로 작동한다는 명제에 크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경쟁은 중세 봉건시대 수공업, 기술 분야 독점체제인 길드를 해체함으로써 중상주의 확대를 가져왔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를 탄생시켰다. 사적 소유 개념으로서 인센티브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같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생산과 성장의 중심 이데올로기이다. 미국의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경쟁과 인센티브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포함한 포용적 제도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제도와 이념 정책에는 부작용이 있듯이 경쟁과 인센티브에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경쟁의 최대 부작용은 역설적으로 다른 경쟁을 막는 독점과 착취, 차별이다. 경쟁 승자의 사다리 걷어차기,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차별과 혐오, 배제,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독점 등이다. 심지어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근본악이 경쟁적 서열 매김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인센티브의 부작용은 가짜 성과와 분배 불평등이다. 사적 소유로서의 인센티브보다 추가적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인센티브에서 부작용은 주로 나타난다. 필자가 진행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기본급 외 추가 성과급이 높은 순으로 세 개의 그룹 모두에서 전체 성과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부정행위에 기반한 가짜 성과 또한 같은 비율로 증가하였다. 전체 성과에서 가짜 성과를 제외한 순수 성과만을 비교할 경우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네 번째 그룹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기는 결과가 나타났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가짜 성과 또는 성능 없는 성과를 양산하는 사회를 약물에 의존하는 도핑사회라 명명하였다. 그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면 도저히 사회가 요구하는 성과를 약속하지 못하는 피로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동차, 금융, 보험, 대리점 영업 및 판매와 같은 분야에서 인센티브가 도핑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사회는 부정행위를 사회 시스템에 기인한 것이 아닌 개인의 도덕적 일탈로 몰아간다. 특히 가짜 성과 양산을 개인의 역량으로 간주하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얼마 전 타이어뱅크와 티스테이션 가맹점 직원이 고의로 자동차 휠을 망가뜨린 후 교체를 유도한 사건이 있었다. 티스테이션 가맹점 관계자는 “이 업계에서는 솔직히… 그걸 역량으로 쳐주는 동네예요”라고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말해 버렸다. 부정행위가 개인의 능력인 사회가 되었다.

최근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삼성전자, LG화학, 네이버 등에서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공정성과 평등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성과급 재원을 어떻게 산정하느냐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왜 성과급 배분에서 임원과 직원 간 차이가 크냐는 것에 있다. 성과급 분배에 대한 갈등은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에는 불거지지 않으나 과거보다 성과가 좋았거나 경기가 호황일 때 수면 위로 등장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판매액 변동성이 클수록 비임원인 중간 관리자 간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다. 반대로 판매 변동성이 미미하고 개인의 노력을 극대화하여 기업의 성과가 커졌다면 임원과 비임원의 임금 격차는 늘어난다고 한다. 분배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과급 분배 문제 해결을 위한 계량적 접근은 분배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분배 이후 인센티브는 오히려 자기가 몸 담고 있는 기업에 대한 애정, 헌신과 같은 내재적 가치를 포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인센티브만 연구한 새뮤얼 볼스가 ‘도덕경제학’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분 나쁜 인센티브는 구성원의 화합, 전통적인 규율과 약속을 깨뜨릴 수 있다. 전체 떡 크기는 작아지는데 내 몫만 커지면 문제 없게 만드는 이상한 인센티브 말고 회사와 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인센티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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