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산업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시멘트 업계도 이 흐름에 따라 ESG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업계 전체에 여성 임원이 전혀 없는 만큼, S(사회)와 G(지배구조) 관련 경영도 확충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시멘트 산업을 영위하는 상장기업 7곳의 여성 임원 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멘트 업계 등기·미등기임원은 총 134명(중복 포함)이다. 그러나 이중 여성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표시멘트가 24명으로 임원 수가 가장 많았다. 또한 쌍용씨앤이(C&E) 23명, 한일현대시멘트 21명, 한일시멘트 20명, 성신양회 20명, 아세아시멘트 18명, 고려시멘트 8명 순이다.
여성 임원 수는 ESG 중에서도 G(지배구조)와 크게 연관된다.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지표에 이사회 여성 비율을 포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성 임원을 기용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다.
지배구조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여성 임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마련한 상태다. 자산총액 2조 원이 넘는 상장법인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에 따라 1인 이상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 해당 법안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없다.
업계에서는 시멘트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지적한다. 여성 직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발탁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멘트 기업에 재직 중인 여성 직원 수는 전체 직원 수 대비 평균 4.43%에 불과했다. 7개 기업의 남성 직원 수를 총합하면 3671명이었던 데 반해, 여성 직원은 전체 기업을 다 더해도 172명에 그쳤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성신양회다. 여성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명으로, 전체 직원(596명) 대비 5.51%를 차지했다.
다른 기업도 비슷했다. 삼표시멘트의 경우 32명으로 5.02%로 집계됐다. 이어 한일시멘트(4.60%), 아세아시멘트(4.41%), 고려시멘트(4.26%), 쌍용C&E(4.05%), 한일현대시멘트(3.12%) 순이다.
시멘트 업계가 ESG 경영을 이제 막 도입한 만큼, 변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단 예측도 나온다.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설비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차차 지배구조 관련 변화도 끌어낼 것이란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ESG 경영의 경우 할 수 있는 부분 안에서 변화를 최대한 맞춰가는 과정”이라며 “업종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업종의 특성이나 기업 규모를 반영한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타 업종에 비해 여성인력 풀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점진적으로 여성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