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10개 명품기업, 작년 영업익 52%↑…'사상최대' 실적 숨기는 '꼼수'도 증가

입력 2021-04-12 07:28수정 2021-04-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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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보복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명품기업의 실적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실적 상승으로 기부금 액수도 크게 늘렸다. 반면 샤넬, 구찌 등 주요 명품 기업들은 법인의 형태를 바꿔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기부금, 배당금 등에 대한 공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읽힌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트(Dart)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주요 10개 해외 명품브랜드(로렉스코리아, 펜디코리아, 크리스챤 디올, 에르메스코리아, 시슬리, 몽클레르코리아, 발렌티노코리아, 루이뷔통코리아,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발렌시아가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가장 실적이 많이 늘어난 기업은 발렌티노이지만, 이는 광고선전비, 교통비, 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줄여 낸 실적이었다. 가장 알뜰하게 실적을 상승시킨 기업은 펜디코리아다. 매출은 27.5%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103.4% 증가했다. 마진(이윤)을 높여 더 큰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루이뷔통코리아는 국내에 들어온 명품브랜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176.7% 증가한 1519억 원이다.

일부 명품기업은 지난해 기부금도 크게 늘렸다. 펜디는 올해 처음으로 119만 원을 기부했고, 로렉스는 무려 12억5100만 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지난해보다 267.9% 늘어난 수준이다. 디올 역시 전년보다 180% 늘어난 1080만 원, 에르메스는 48.9% 증가한 3억529만 원을 기부했다. 발렌시아가도 2019년 0원에서 올해는 4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이 외 시슬리, 몽클레르, 발렌티노, 보테가베네타의 기부금은 0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루이뷔통 역시 기부금은 0원이었다.

해외 명품기업들의 기부금은 의무가 아니다. 기부금을 낸다고 해서 법인세 등을 크게 감면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부금을 줄이거나 내지 않고, 배당 등을 통해 국내에서 거둔 소득을 해외 본사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크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기부금은 도의적인 책임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회사 형태 변경으로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피한 기업도 있다.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부터는 유한회사도 자산과 매출이 500억 원 이상이라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이 유한회사로 법인의 형태를 전환해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을 숨기고, 순이익의 대부분을 해외 본사로 배당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에르메스가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이유다. 루이뷔통 역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구찌코리아 등 일부 명품기업은 또 다시 법의 사각지대로 숨어들어 재무제표 공개 의무를 피했다.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법인의 형태를 변경한 것이다. 심지어 구찌코리아는 지난해 9월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두 달 만에 다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상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국내 대표 해외 명품으로 꼽히는 샤넬은 국내 진출 초기부터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돼 한 번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없어 국내에서 거둔 실적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7년 318개사에 불과했던 유한책임회사 신청 건수는 2020년 483개사로 52%가량 늘었다. 구찌, 이베이코리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등이 지난해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명품기업들은 유한책임회사로 형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감사를 받을 의무를 피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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