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목처럼 배우 여진구는 ‘괴물’과도 같았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에서 여진구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괴물’ 같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제는 ‘잘 자란 아역’이란 수식어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말이다.
10일 종영한 ‘괴물’은 만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된 이동식(신하균 분)과 한주원(여진구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6.0%, 수도권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경신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12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여진구는 “마지막 촬영이 끝난지 좀 지났는데, 아직도 당장 내일 촬영을 한다고 해도 갈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라며 “‘괴물’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 내 평소 모습이 아니라며 멋있다고 해주셨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다행이다”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을 해 기분이 좋지만 쑥쓰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괴물’은 16부 내내 탄탄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줬다. 범인 추적에만 시선을 둔 일반 심리 추적극과는 달리 실종자들의 주변인들의 심리를 포착, 세밀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등이 시너지를 발휘해 마지막회까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 여진구에게 ‘괴물’은 자랑거리이자 소중한 작품이었다. 배우로서의 확신, 자신만의 연기 감을 되찾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영화 ‘화이’ 이후 오랜만에 묵직한 이야기로 인사를 드리다 보니 열심히 준비하게 됐죠. 그때 칭찬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이번에도 욕심이 났어요. ‘왕이 된 남자’로 매너리즘에서 벗어 났고, ‘호텔 델루나’로 연기 방향성을, ‘괴물’을 통해서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죠. 연기 감을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여진구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보고싶다’, ‘화이’를 통해 성인 배우로 발돋움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진구는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연기는 그전부터 재밌어 했지만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연기를 좋아한 사람이었는데 많은 분들에게 칭찬과 관심을 받다보니 그 전과 연기가 달라진 것 같았어요. 관심을 가져주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급격한 변화가 오다보니 어떻게 할지 몰랐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 틀에 가두는 느낌이었다. 연기가 점점 어려워 졌어요.”
다행이 ‘왕이 된 남자’를 기점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호텔 델루나’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줬고,‘괴물’에서 한주원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여진구는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라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며 머릿속에 떠올렸다. 스릴러나 추적 장르를 좋아하는데 사건이 중요하게 흘러가지만 주변 인물의 감정도 잘 어루어 만져주는 작품이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리허설을 하며 배우들과 제작진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죠. 제가 준비해온 것에 대해 인정해주시고,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여진구는 캐릭터 표현을 위해 고민이 많았다. 한주원이란 캐릭터 자체가 배우로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추악한 정체를 알게 되고 이를 세상에 직접 보여야 하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해야 했다.
“본인이 지켜온 신념과 정의를 진실에 맞닥뜨렸을 때도 지킬 수 있을까, 아버지를 체포해야 하는 순간 주원이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작가님,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동식이와 판을 짜는 것 역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가 고민이었어요.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았죠.”
인터뷰 내내 ‘칭찬’이란 단어를 많이 언급한 여진구에게 ‘칭찬이 연기의 원동력인가’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비판과 쓴소리도 원동력이 된다”였다.
"칭찬만이 원동력은 아니예요. 비판이나 쓴소리도 원동력이 되죠. 많은 분들이 저에게 연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원동력이 돼요. 제가 칭찬 받을 용기와 비판 받을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보내주시는 모든 관심과 평가 모두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촬영 내내 붙어있는 신이 많았던 신하균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연기 신’이라 불리는 신하균의 존재는 여진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선배님은 이동식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이동식으로 있을 때 끊임 없는 자극이 새로웠고, 선배님의 연기가 굉장히 큰 영향을 줘 감사했어요.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만나서 좋았고, 서로 날 선 감정으로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죠. 또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으세요. 선배님만의 유머가 있는데, 옆에서 많이 접하다보니 동식이와 주원이도 감정 교류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괴물’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알린 여진구의 다음 작품을 향한 대중의 기대도 높다. 특히 로맨스 연기를 원하는 여성 팬들도 많다.
“작품을 검토할 때 평소의 나 자신과 얼마나 다른 캐릭터인지 신경 쓰는 편이에요. 아직 차기작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을 정해두진 않았고, 다양한 작품을 읽어보고 있어요. 멜로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진 몰랐어요. 메모해두고 고민해보겠습니다. 관계자 분들 많은 연락 부탁드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