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강화' 대만은 환율조작국 포함될 듯…지정 요건 3가지에 모두 해당
대만 달러 가치, 최근 1개월간 2% 이상 하락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중국과 대만에 엇갈린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할 방침이지만, 관계를 개선 중인 대만은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런 결정이 이뤄지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약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5일 예정된 취임 후 첫 반기 환율 보고서(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1년 동안 200억 달러 초과의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1년간 GDP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환율조작국 및 관찰대상국을 평가한다.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에 걸리고, 2가지 조건을 갖추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더라도 즉시 제재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나,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를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는 환율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대상국과 교섭을 진행하는데, 인정 이후 1년 이내에 해제되지 않으면 관세 부과나 정부 계약에서의 배제 등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중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불과 5개월 뒤 중국과의 교섭에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했고, 이에 따라 환율보고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 달리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대만은 이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달러가 하락하는 등 시장은 벌써 반응하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대만 달러 가치는 최근 고점인 3월 초부터 지금까지 2% 이상 하락했다.
양진룽 대만 중앙은행 총재도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대만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에 모두 해당된다”면서도 “다만 우리의 무역흑자를 줄이려면 미국이 반도체 칩을 사들이지 말아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지난해 12월 환율보고서에서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대만에 관세가 부과되면 중요한 양국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며 “다만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특성을 고려하면 미국이 이렇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