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공항 신세…건강 악화로 탈장까지
법원 "인간 존엄성 지켜져야…수용 해제 결정"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1년 넘게 인천국제공항 환승 구역에서 갇혀 지냈던 아프리카인 A씨가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법무부가 난민 심사 거부를 하며 A 씨를 방치한 행위가 위법이란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13일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고승일 부장판사)는 아프리카 국적 A씨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수용 임시 해제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2개월 가까이 공항 환승 구역에 방치돼 사생활의 보호와 의료 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A 씨에 대한 수용이 계속될 경우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A 씨는 난민 신청을 했으나 관련 심사를 거부당했으며 난민 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환승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며 해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난민신청을 거부당한 A 씨를 공항 환승 구역에 방치한 행위가 인신보호법이 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인신보호법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된 사람을 ‘피수용자’로 본다.
이번 결정은 난민신청자를 공항 환승 구역에 방치한 행위를 법원이 인신보호법상 수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첫 사례다. 현행 인신보호법은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이 위법하게 이뤄졌거나, 적법한 사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용하고 있는 경우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A 씨가 정치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지난해 2월 15일. 고국의 박해를 피해왔지만, 법무부는 한국 땅을 밟은 A 씨의 난민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난민심사서는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제출할 수 있다며 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온 환승객 A 씨의 난민심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때부터 A 씨는 기약 없는 공항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내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1년 2개월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A 씨는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A 씨는 고국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지병을 얻은 데다 환승 구역 내 불규칙한 생활로 탈장 증상이 생겨 쓰러지기도 했다. A 씨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사도 받지 못한 채 진통제를 먹으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텨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번 판결로 공항을 벗어날 수 있게 된 A 씨는 공항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