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최저임금 논란] 미국, 원점으로 돌아간 최저임금 인상...소득 격차 해소 vs. 일자리 사수

입력 2021-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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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9000억 달러 경기부양안서 최저임금 인상안 제외
15달러로 인상시 노동자의 21% 임금 증가
일자리 140만 개 사라진다는 주장도

▲미국 연방 최저임금 추이. 출처 포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저임금 인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추진한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 원) 슈퍼 부양안에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하려던 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지가 여전히 확고하지만, 찬반 논쟁도 뜨겁다고 최근 미국 경제지 포춘이 소개했다.

현재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의 두 배 인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기간 내내 주장한 대표 공약이었다. 2009년 이후 동결된 최저임금을 올려 노동자를 보호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과 주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이 있다. 주법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경우, 노동자는 연방 또는 주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가운데 높은 것을 받게 된다.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서부 워싱턴주의 최저임금은 13달러를 웃돌지만,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 강령에 “연방 최저임금을 2026년까지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명시,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상원 법안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은 제외됐다. 민주당이 부양책의 빠른 의회 통과를 위해 단독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공화당은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예산이나 재정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서 예산 조정권을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맥도너 미국 상원 사무처장이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제외한 채 부양안을 통과시켰다. 슈퍼 부양안의 조기 통과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일단 후퇴시킨 것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일단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민주당은 강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매우 실망했다”면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불씨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일자리 감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맞서는 것이다.

미국 UC버클리 공공정책학 교수인 대니얼 애클랜드와 엘로라 데레농코트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1966년 연방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로 70년대 초반 흑인과 백인 노동자 간 소득 격차가 많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개혁이 노동시장 참여를 줄이지 않은 채 인종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15달러까지 인상할 경우 노동자의 21%에 해당하는 3200만 명의 임금이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이어 “최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연간 3300달러의 추가 수입이 생긴다”면서 “연간 2만5000달러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도 2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고 지역 경제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에 부담을 줘 고용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에 도달하는 2025년 1700만 명의 노동자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빈곤층 90만 명이 감소하지만, 고용은 140만 명 준다”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2월 ‘최저임금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비용 증가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저소득 가구 노동자보다는 중산층 이상 가구의 청소년을 겨냥한 정책이어서 빈곤 감소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제품·서비스 가격에 전가돼 물가를 끌어올리고 구매력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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