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천국' 북유럽 "자국 노동자 실질 임금 낮출 위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유럽연합(EU) 구성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중앙은행 창설과 노동·사회계약조건 통일 등을 담이 담겼지만, 임금과 관련된 통일된 권한이 EU에 부여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에 EU 회원국 27개국 중 21개국이 자체적으로 법정 최저 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와 같은 나머지 6개국은 단체 교섭을 통해 임금 수준을 설정한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EU 차원의 통일된 기준점이 없다 보니 회원국별로 소득과 물가 등 경제 사정에 맞춰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EU 회원국 별 최저임금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EU 차원의 최저임금 설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최근 힘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외신이 소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유럽의회에서 “(회원국들의) 서로 다른 노동시장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공동의 ‘최저임금 틀’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같은 해 10월 EU 집행위원회(EC)는 유럽 회원국이 충분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침안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안은 EU 역내 최저임금의 절댓값을 정하지 않는 대신, 해당국 중간값(최고값부터 최저값까지 순서를 매겼을 때 한가운데 있는 수치)의 최소 60%를 최저임금으로 확보하게 돼 있다.
이러한 최저임금제 추진에 대해 ‘복지 천국’으로 불리는 북유럽의 일부 고임금 국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EU 차원의 최저임금 기준 설정이 자칫 상대적으로 높은 자국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제도화에 대해 임금 상승과 기업의 경영 부담을 반대 이유로 꼽는 미국과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반대의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덴마크와 스웨덴이다. 이들 국가는 최저임금 제도 없이 노사 단체 교섭을 통해 임금을 책정한다. 노사 대표가 임금은 물론 전반적인 노동 여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덕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대부분 단체교섭의 혜택을 누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 교섭에 대한 개입을 최소로 줄인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이 도입될 경우 고용주들이 노사 합의보다 낮게 책정되는 최저임금을 급여 기준으로 삼고 임금 인상을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일한 기준의 최저임금 일괄 적용이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임금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경우 맥도날드 평균 시급이 22달러로 유럽 내 최고수준이다. 이는 미국 연방 최저임금이 7.25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3배에 달하는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최저임금을 설정하지 않고 노사가 협의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한 임금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피터 훔멜가르드 톰센 덴마크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최저임금 설정이 덴마크 노동시장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노동시장법에 대한 주권을 지키기 위해 EU와 싸울 준비 돼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포함한 EU 회원국 7개국은 최저임금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EC에 전달했다. 이들 국가는 최저임금제가 회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라고 EU 측에 촉구하고 있다.
EU는 최저임금제가 북유럽 복지 체제를 흔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마르타 비초레크 EC 대변인은 “최저임금 설정은 모든 회원국에 혜택을 줄 것”이라며 “또 잘 작동하는 단체 교섭 시스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