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친환경 투자’가 화두가 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그린뉴딜 ETF‘를 내놨다. 하지만 해당 ETF의 구성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사실상 시총 상위종목으로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다르지 않다. 다양한 운용전략을 갖춘 ’친환경 ETF’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는 연 초 이후 9.0%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10.3%)을 하회한다.
해당 지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 등의 기초지수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향후 지수 기반 운용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이 투자 비중을 높이고자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유인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실제 지수 출시 이후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지수는 시총 상위기업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운용 수수료는 더 높았다. 자산운용사의 ‘그린뉴딜 ETF’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린뉴딜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삼성전자가 29.12% 비중으로 편입돼 있다. 다음으로 LG화학(3.79%), SK하이닉스(3.64%), NAVER(3.39%), 삼성SDI(2.68%), 현대차(2.45%), 셀트리온(2.17%)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55%이고, 총 보수는 연 0.09%다.
이는 코스피 대형주를 추종하는 코스피200 ETF와 다르지 않다. TIGER 200 ETF의 경우 삼성전자(30.82%), SK하이닉스(6.09%), NAVER(3.82%), LG화학(3.11%), 삼성SDI(2.76%), 셀트리온(2.60%), 현대차(2.53%) 순으로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22%, 총 보수는 연 0.05%다.
해외 운용사가 만든 친환경 ETF를 보면 편입 종목의 특수성과 성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iShares S&P Global Clean Energy ETF’는 30개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을 담았고, first trust의 ‘NASDAQ Clean Edge Green Energy ETF‘는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데 노력하는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다. 테슬라(8.76%), NIO(7.28%), ENPH(6.49%) 등 저탄소 기업을 골고루 담았고, 최근 1년 수익률은 187.9%로 해당 기간 나스닥 지수 수익률(64.4%)을 크게 아웃퍼폼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ETF 규모 확대가 기업의 탄소저감조치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다양한 전략의 친환경 ETF를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